"욕심을 내려놓고 다시 올라오는 법을 배운 한해였어요. 시드전 수석합격으로 좋은 마무리를 지은 만큼 내년에 루키로 멋진 활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또 한명의 기대주가 나왔다.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수석으로 통과한 손예빈(19)이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부진한 기간에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한데 대한 선물을 '수석합격'으로 받은 기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손예빈은 13세였던 2015년 여자 주니어 상비군으로 발탁됐고 2019년 국가대표를 지냈다. 한국 여자 골퍼 중 유일하게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타이거 우즈(46·미국), 브룩스 켑카(31·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 나이키'의 일원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나이키 걸'이라는 별명이 붙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존경하는 선수들과 같은 팀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보다는 자부심이 되고 있어요. 후원사의 선택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프로 무대에 데뷔해 6월 점프투어(3부) 데뷔전인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1차전에서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진이 시작됐다. 갑자기 닥친 드라이버 입스때문이다. 부진이 길어졌지만 손예빈은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입스가 길어지면서 숏게임과 트러블샷으로 경기를 만회하는 전략을 세웠다. 러프에서 탈출하는 법과 벙커샷에 자신감이 생겼고 그린 주변 플레이도 좋아졌다. 위기를 또하나의 기회로 만들어낸 셈이다.
시드순위전은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관문이다. 정규투어 시드권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만큼 모든 선수들이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손예빈은 "시드순위전을 앞두고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훈련한 것을 믿으며,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드림투어에서 더 단단하게 성장하자고 다짐했어요. 사실 시드전 당시에는 샷감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결과를 보고 저조차도 깜짝 놀랐지요."
손예빈은 이제 루키로서 활약할 2022년을 준비하고 있다. 생애 한번 뿐인 신인왕이 가장 큰 목표다. 지난 10월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그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특히 고진영(25)과 함께 치른 2라운드는 '인생경기'라고 꼽을만한 기억이다. "그날 진영언니가 8언더를 쳤는데 갤러리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봤어요. 위기상황조차 만들지 않으시는 완벽한 플레이에 계속 감탄하며 눈에 새기려고 노력했습니다." 고진영은 그에게 '꼭 LPGA 투어에 가보라'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등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손예빈은 "진영언니의 말씀을 계기로 언젠가 꼭 LPGA 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손예빈은 이제 전남 해남에서 체력훈련을 거쳐 다음달 미국 팜스프링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는 "정규투어에서는 빠른 그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숏게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드라이버와도 좀 더 친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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