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소개팅서 상대에게 확인하는 것 [나는 Z세대다]

입력 2021-12-02 10:11   수정 2021-12-02 10:12



[한경잡앤조이=최선아 스카이랩스 pd] 출근길 픽업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는데 손이 시려 장갑을 구매했다. 그렇다. 한파에도 뜨아를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나는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 Z세대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쓰고도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며 하루치의 연료를 넣는다. 점심시간 동료들과의 스몰토크는 바쁜 하루의 숨을 트여주는 콤마 같은 존재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있든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이 사람 저 사람의 일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상대가 나한테 어떤 부분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은지 느껴질 때가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공감받기를 기대하며 이야기의 보따리를 푸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형성되는 심리적인 교감과 소속감은 그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 특히나 삶이 뭔가 각박하고 씁쓸할 때, 그저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더 고마운 사람이 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

나를 포함한 동년배들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Z세대에게 심리 테스트 하나로 방구석에서 공감할 거리들을 찾는 것만큼 흥미로운 게 또 어디 있을까. 내가 MBTI를 처음 접했을 때도 싱가폴이 락다운 되어 칩거 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보내온 링크로 들어가 무심하게 질문들에 답했는데, 마치 24년의 내 인생을 꽤 가까이서 들여다본 사람이 쓴 것 같은 장문의 결과 분석지가 참으로 신통했다. 그리고 나는 내 유형의 특징들을 검색해서 찾아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MBTI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근 몇 년 새 MBTI는 Z세대의 삶에 꽤 깊게 스며들었다. 최근에는 유형별 특징들을 재미있게 풀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들이 많이 생겼고, 콘텐츠도 무한대로 쏟아지고 있다. MBTI는 억지로 공감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고, 그곳에서 재미를 느끼는 Z세대는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표한다.



하물며 인스타그램에서는 프로필에 자신의 MBTI를 넣어 4개의 알파벳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하기도 한다. 몇 달 전 인생 처음으로 소개팅을 했는데, 만나기도 전에 카톡으로 내 MBTI를 묻던 남자가 생각난다. 아마도 그는 그와 나의 궁합을 알 수 있는 수단으로 MBTI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혹은 외면보다 내면을 중시해 나의 성향을 궁금해했거나. 아무튼 이와 같이 XY 세대는 소개팅 자리에서 서로의 혈액형을 궁금해했다면, MZ 세대는 서로의 MBTI를 미치도록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MBTI의 수요가 높은 이유는 Z세대가 기존의 다른 어떤 세대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이 ‘나’에 대한 기록을 통해 자아를 확장시킬 길을 내어주고, Z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이에 맞물려 작동한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셀프 브랜딩 하는 시대가 왔고,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 스스럼없는 Z세대에게 MBTI는 중요한 이야기 소재가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미세하게 다른 컬러 코드를 가지고 있다. ‘나’를 발견하는 일이 가장 즐거운 Z세대는 아마 자신만의 컬러를 찾는 그날까지 온갖 심리 테스트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MBTI의 결과 분석지를 맹신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Z세대의 관심이 그곳에 향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나’에 대한 파악이 미숙한 Z세대에게 본인과 타인을 이해하게 해주는 MBTI는 나아가 그들의 진로, 대인 관계, 연인 관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좇으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Z세대는 ‘어른이’이다. 불현듯 아이유의 ‘팔레트’라는 곡에 피처링한 지드래곤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때 그저 '나'일 때”

Z세대를 둘러싼 많은 시선들 중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추워도 아아를 포기할 수 없는, 당장 코앞의 행복이 중요한 Z세대의 일원이다.

최선아 씨는 노팅엄트렌드대학교 패션마케팅&브랜딩 전공으로 졸업 후 올 초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에 입사,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23개국 여행경험과 미국, 싱가포르에서의 유학 경험을 통해 다져진 도전정신을 스타트업에 쏟아부으며 성장 중인 사회 초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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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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