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제대로 알아야"…첫 대통령표창 받은 조선족 단체

입력 2021-12-05 13:14   수정 2021-12-05 13:27


"조선족 청소년들도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중국 사회에서 더 크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글과 문화를 최대한 많이 접하면서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령 북경(베이징)애심여성네트워크 회장은 사재를 털어가며 조선족 공익단체를 운영하는 이유를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더 빠져든다는 얘기다.

북경애심은 2007년 5월 조선족 여성들이 결성한 조선족 공익단체다. 조선족기업인협회(2011년 설립)보다도 역사가 오래됐다. 어려운 동포 돕기,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지원, 한글과 한국문화 지키기 등의 활동을 해온 공로로 최근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개인이 아닌 단체에 수여되는 훈포상 중에는 대통령표창이 최고 등급이다. 조선족 기업이나 개인이 대통령표창을 받은 적은 있으나 단체가 받은 것은 북경애심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베이징사범대 무용학과 교수 출신으로 중국에서 한국무용의 대가로 꼽힌다. 언니인 이란 전 회장(번역가)이 북경애심이 창설할 때부터 관여했으며 2018년부터 회장을 맡아 왔다.

북경애심의 대표 사업 중 하나는 '희망의 꿈나무 키우기'다. 중국 동북3성(지린·헤이룽장·랴오닝)의 소외계층 조선족 청소년 30여명을 매년 베이징으로 초대해 선배 대학생들과 함께 주요 시설을 견학하면서 꿈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행사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244명의 청소년들이 123명의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이 행사를 경험했다. 4박5일 일정 동안 학생들은 베이징현대, CCTV, 베이징대와 칭화대, 국가도서관 등을 다니면서 자부심을 키우고 견문을 넓힌다.


북경애심은 회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래성은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 행사로 초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난생 처음에 베이징에 와본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가 조선족 선배 대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면 이 행사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희망의 꿈나무 키우기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나중에 베이징의 대학으로 진학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사례도 많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2020년 입시에서 행사에 참여했던 조선족 학생 5명이 베이징 내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베이징의 조선족 대학생들을 옌볜 조선족 자치구로 초대해 한민족의 문화를 깊게 체험하는 행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경애심은 가야금교실,전통무용교실, 문학교실, 한식교실 등을 운영하며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중국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있다. 또 각종 문화행사에 회원들이 기획한 공연을 선보이면서 한국문화 알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북경애심 회원들은 모든 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회원들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경애심이 2007년 출범할 당시 회원은 60여명이었다. 지금은 14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연간 1000위안 이상의 회비를 내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이 추가로 지원금을 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은데도 계속 커지고 있다. 조선족 기업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북경애심은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증했을 당시에도 2만위안의 성금을 보냈다. 이 회장은 "한국에 돈이 없어서 우리가 성금을 보낸 것이 아니다. 한민족이 함께 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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