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탄소로 건축·제지 소재 만든다

입력 2021-12-05 18:09   수정 2021-12-08 16:49


현대오일뱅크가 버려지던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친환경 제지·건축소재를 생산하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단계를 넘어 탄소를 활용해 다른 제품을 제조하는 CCU 기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CCU 기술을 본격 적용해 제품 상용화에 나선 건 국내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탈황석고서 제지소재 추출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4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친환경 경질탄산칼슘 실증 플랜트 기공식을 열었다. 종이의 백색도나 플라스틱 광택을 높이는 첨가물인 경질탄산칼슘은 생석회를 탄산화해 만든다. 현대오일뱅크는 지금까지 자연에서 채굴해온 생석회 성분을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탈황석고에서 생석회를 분리해 탄소와 반응시켜 고순도 경질탄산칼슘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올 1월 원천 특허도 출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대 석회 제조업체인 태경산업과 함께 품질 분석을 마치고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3월 완공되는 실증 플랜트에서 연간 100t의 시제품을 생산해 제지업계 등의 반응을 살펴본 뒤 본격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연간 25만t의 탈황석고를 투입해 고순도 경질탄산칼슘 17만t과 건축소재인 무수석고 15만t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경질탄산칼슘 국내 시장 규모가 연 15만t 안팎인 점을 감안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약 7만t을 포집·활용하게 된다. 석회광산에서 탄산칼슘을 직접 채굴하는 것에 비해 환경 파괴도 적다.
DL이앤씨와 건축소재 개발
CCUS 기술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탄소 포집을 통해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CUS는 크게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기술 및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CCU 기술로 나뉜다. CCS 기술은 폐쇄 유전 등에 탄소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공간 제약과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CCU 기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DL이앤씨와도 지난 8월부터 CCU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탈황석고와 탄소로 시멘트, 콘크리트, 경량블록 등 건축소재를 생산·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대산공장에 연 10만t 규모 공장을 건설한다. 향후 연 28만t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DL이앤씨는 CCU 설비의 설계·구매·시공에 참여하고 친환경 탄산화제품으로 만든 시멘트, 콘크리트 등을 건축 및 토목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사내 공모를 통해 건축용 탄산칼슘 브랜드를 ‘그린시움’으로 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두 개의 CCU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50만t의 탈황석고를 재활용해 석고·석회광산에서 직접 원료를 채굴할 때 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 포집·활용으로 연간 1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도 저감할 전망이다. 이는 소나무 9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양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사진)은 “CCU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저감, 자원 재활용, 환경 보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소재나 제품으로 바꾸는 기술.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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