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정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 지난 10월 5일. 때마침 점심을 어느 은행장과 먹게 됐다. 대화는 자연스레 ‘토뱅’으로 시작했다. 토스뱅크의 상품 전략을 경쟁자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연 2% 금리 통장, 파격적이지 않나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오픈 이벤트겠죠.” “아무런 조건·한도 없이 계속 끌고 간다던데요?” “저는 ‘몇 달 못 간다’에 한 표입니다.” 만기가 정해진 예·적금도 아닌 수시입출금식통장에 그런 금리를 주면 유동성 관리가 까다로울뿐더러, 삐끗했다간 역마진에 빠진다는 이유였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데뷔한 ‘루키’에 대한 견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의 말이 맞았다. 지난주 토스뱅크는 “내년 1월 5일부터 1억원 초과분엔 금리를 연 0.1%로 내리겠다”고 했다. 두 달을 못 버틴 셈이다. 가입자 사이에선 “약속을 왜 뒤집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토스뱅크는 사전예약에만 170만 명이 몰렸는데, 고금리에 이끌려 수억원씩 뭉칫돈을 맡긴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잘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규제에 걸려 신규 대출을 멈춘 상태에서 예금에 높은 이자만 주고 있으니 돈이 들어올수록 손해가 나서다. 적자가 쌓이면 결국 은행의 생명인 건전성 지표가 망가진다. 물론 저축은행 파킹통장도 연 1%대인 상황에서 ‘1억원까지 연 2%’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치고 빠지기라고 야박하게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유연함과 저돌성에서 나온다. 뱅크샐러드는 이용자 일부를 추출해 1주일에 많게는 10건 이상의 ‘실험’을 벌인다고 한다. 때론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때론 미세한 디자인의 변화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반응을 봐가며 발 빠르게 개선하고, 때론 과감하게 접기도 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여가고 있다. 토스 역시 2015년 간편송금을 선보인 이후 조용히 나타났다가 사라진 서비스가 손에 꼽지 못할 정도다. 출범 당시 토스뱅크 측은 “연체율이나 부실률이 단기적으론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이 유행시킨 ‘계획된 적자’라는 말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능숙하고 손실에 덜 예민한 것도 스타트업의 속성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한 전자금융업자였던 핀테크 기업들은 이제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을 세워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라이선스 기반의 정식 금융업은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만큼 책임도 무겁다. 혹시라도 경영을 잘못해 건전성이 망가지면 나라가 메꿔주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도 돌발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토스뱅크는 답답하고 억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엿한 ‘1금융권’ 사업자가 된 만큼 ‘금융 앱’ 시절의 토스보다 소비자와의 작은 약속에도 더 신중해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토스뱅크에 1억원 넘게 예치한 가입자는 약 1%. 적다고만 할 순 없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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