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옷소매 붉은 끝동', 주체적 여성 캐릭터…사극의 진부함 넘은 '신선한 돌풍'

입력 2021-12-06 18:05   수정 2021-12-07 00:27


주체적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 뻔한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의 파괴. 이런 과감한 시도들이 다른 장르도 아닌 사극에서 펼쳐진다. MBC 금토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사진)은 이를 통해 사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극 열풍에 올해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달 12일 처음 방영된 이 작품은 아이돌그룹 2PM 출신인 이준호와 배우 이세영이 주연을 맡았다. 초반엔 송혜교, 장기용 주연의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밀렸다. 하지만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0%까지 돌파했다. 특히 사극과 거리가 다소 멀었던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조 이산과 후궁이었던 의빈 성덕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선 2007년 방영된 사극 ‘이산’과 동일하다. 하지만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와 시선으로 차별화했다. 드라마 ‘이산’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정조가 느꼈을 내적 불안과 갈등이 중심을 이뤘다. 반면 이 작품에선 덕임을 중심으로 한 궁녀들의 이야기에 무게가 실린다.

덕임은 이산의 지극한 사랑에도 자신이 맡은 궁녀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후궁이 아니라 궁녀로서만 살아가고자 한다. 덕임을 포함한 궁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작품은 궁녀들이 각자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일에 임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또 궁녀들만의 축제, 궁녀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권력 다툼 등을 다루며 궁녀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다양하게 펼쳐 보인다.

사극은 물론 기존 드라마에서 반복돼 나왔던 클리셰를 확 비틀어 버리는 ‘역클리셰’로 통쾌함도 선사한다. 책을 찾던 중 넘어질 것 같은 덕임을 이산이 받쳐주며 사랑이 싹틀 것만 같은 장면에선 오히려 이산이 덕임을 짐짝처럼 밀친다. 이산이 물에 빠질 뻔한 덕임의 허리를 감싸 안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이산은 덕임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화를 내며 돌아선다.

참신한 은유적 표현도 재미를 더한다. 이산이 건넨 감귤을 덕임이 거절하면서 그의 마음을 정중히 거절하는 식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김과장’ 등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온 이준호, 어린 시절부터 ‘대장금’ 등 다양한 사극을 거쳐온 이세영은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영조 역의 이덕화, 제조상궁 역의 박지영 등 중견 배우들이 극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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