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표 내용의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눈길을 잡아끄는 표현은 ‘고구려 기병’이었다. 이 후보는 하루 전인 22일에는 ‘고구려 기병’이 아니라 ‘몽골 기병’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와의 정책간담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몽골 기병처럼 신속하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사 중에 노동자 한두 명이 참여하는 게 무슨 경영에 문제가 되나”라며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정리하라”고 선거대책위원회에 주문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주일, 몽골 기병은 아직 전장에 등판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교원·공무원의 타임오프제 도입안도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일 전체회의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공약은 야당의 동의 없는 강행 처리 등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기마부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걱정되는 대목은 민감한 노동 이슈들이 ‘일방통행’ 또는 ‘질러보는 이벤트’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이슈는 노(勞)와 사(使)라는 이해당사자가 분명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노사정 대화 등 사회적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그럼에도 아무리 표가 급한 대선판이라지만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도 없었던 이슈까지 쏟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노동계에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에서는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를 우려하며 뚜렷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공공부문 타임오프제 도입은 국민의 혈세 투입이 전제돼야 하는 제도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서두르면 탈이 난다’는 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에 담긴 의미를 정치권이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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