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놓쳐선 안 될 신시장"…'중동행' 이재용의 승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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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08 11:18   수정 2021-12-08 13:35

"삼성이 놓쳐선 안 될 신시장"…'중동행' 이재용의 승부수는?


미국 출장에 이어 조직 개편·인사 쇄신, 중동 출장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 할 것 없이 광폭 행보에 나섰다. 내일(9일) 중동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인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5세대 통신(5G)과 인프라 관련 건설 수주, 현지 왕족 네트워크 강화 등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UAE·사우디, 삼성이 놓쳐선 안될 신시장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중동으로 출장을 떠나 현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고위층을 만나고 5G 관련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올해 안에 전국 인구의 90%에 대한 5G 커버리지 달성을 목표로 잡은 상황. 때문에 후속 투자와 망 고도화에 대한 추가 협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평소 매주 목요일에 열려왔지만 이번 주는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에 열렸다. 이에 다음 공판 기일인 16일까지는 열흘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주저 없이 중동으로 향했다.


UAE는 미국 정부가 현지에 구축된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로서는 5G 시장 확대 기회를 맞은 상황이다. 중국 제조사가 '일대일로' 중동 확장 핵심 교두보로 UAE 공략에 힘을 쏟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중동 방문이 반전 카드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달 2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우디아라비아 국가혁신 전략에 맞춰 에너지·도시·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키로 한 것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가능성도 높다.
이재용의 '중동 국가 공들이기' 처음 아냐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을 두고 재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서둘러 중동을 찾은 이유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주요국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게 국가 과제로, UAE의 경우 현재 10% 수준인 신산업 분야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25년까지 25%까지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UAE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의료, 교육, 금융 등의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모두 삼성이 잘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2월 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및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중동의 정상급 리더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그는 곧이어 한국을 찾은 빈 자이드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을 소개했다.

당시 빈 자이드 왕세제는 "인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삼성전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며 "UAE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응원한다"라고 방명록에 기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6월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를 승지원으로 초대해 미래 성장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승지원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한 곳으로, 당시 재계에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진 곳에서 회동을 할 만큼 의미 있는 만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해 9월 이 부회장은 사우디로 출장을 떠나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현지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이 부회장은 사우디 내 기술,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중동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강조를 해왔다. 2019년 6월 삼성물산 상일동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중동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같은 해 추석 연휴 기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었던 사우디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분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중동 이어 곧바로 해외 출장 가능성 높아
이 부회장의 중동 출장은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북미 출장을 떠났던 이 부회장은 귀국길에서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 역시 이 같은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때문에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서울중앙지법의 2주 간 겨울철 휴정기를 이용해 이 부회장이 또 해외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달 23일 재판에 출석한 뒤 내년 1월13일까지 20일 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 공백을 이용해 해외를 찾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해외 입국자는 열흘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 자가격리가 면제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판단하기에 가장 시급한 것이 해외 네트워크 복원이라고 본 것 같다"며 "4차산업 혁명기에 새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 스킨십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에 앞으로 스마트 신도시들이 많이 들어설 텐데 지금부터 현지 왕족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놔야 원활하게 기반 시설 공사 수주도 할 수 있고 모바일, 가전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동은 미중 갈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신뢰만 잘 쌓아놓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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