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다시 열린 인천~제주 뱃길

입력 2021-12-12 17:29   수정 2021-12-13 00:21

뱃길은 바다와 강이란 장애물을 넘어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육로와 달리 뱃길은 기상·전쟁·전염병·국교 여부 등의 이유로 쉽게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항공편이 국제 여객 운송을 도맡기 전, 배를 이용해 국내외를 오가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에는 사람마다 간직한 사연과 인생사가 배와 항구에 가득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인공이 조르바를 운명적으로 만난 곳도 크레타섬 배편을 타기 위해 기다리던 피레우스 항구였다. 한국 최초 소프라노로 불린 윤심덕과 유부남 김우진이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져 유명해진 사건의 배경도 1926년 당시 관부연락선(지금의 부관페리)이었다.

이런 사족을 붙이지 않더라도 인천~제주 뱃길이 세월호 참사 이후 7년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는 소식이 반갑다.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여객사업자 공모가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엔 다행히 지난 10일 인천에서 뱃고동을 울릴 수 있었다. 매주 인천에서 세 번 출항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막 건조한 최신식 여객선이다. 과거 여객선보다 4배(2만7000t) 커지고, 각종 안전시스템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경제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전남 목포, 완도 등을 한 번 거쳐야 했던 제주산 농수산물의 수도권 운송이 하루 빨라진다. 승용차 적재량(487대)도 4배 늘어 카페리(car ferry)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캠핑카나 오토바이 동호인도 벌써 흥분한다. 자가용 캠핑카(요금 48만~69만원·이하 평일 편도 기준), 오토바이(3만~24만원)를 제주에 가져갈 수 있어서다. 운송비가 1만원밖에 안 되는 자전거와 소형 반려동물도 제주행 배에 많이 오를 것 같다. 제주살이 유행이 어떻게 바뀔지, 오버 투어리즘이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를지 관심사다. 크게 오른 제주 렌터카 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 뱃길은 코로나 탓에 꽉 막혀 있다. 일제강점기 때에만 연인원 3000만 명을 실어 날랐고, 1970년부터 다시 이어진 부산~시모노세키 간 부관페리는 현재 운항이 중단됐다. 부산과 일본의 항구 네 곳을 잇는 나머지 여객선 노선도 오사카에서 입항하는 일본 배를 빼고는 모두 휴항 중이다. 중국 쪽 여객선은 다니는데, 일본 항로는 거의 끊겼다. 이유 불문하고 모든 뱃길이 다시 시원하게 뚫리길 기대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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