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3차 역사 결의' 이후 중국의 행보

입력 2021-12-12 17:32   수정 2021-12-13 00:19

중국 공산당이 1921년 창당 이후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1945년의 첫 번째 역사결의는 마오쩌둥 사상을 당 지도이념으로 채택해 항일·반제국주의 노선을 확립했다. 1981년 두 번째 결의는 대약진 운동과 문화 대혁명을 역사적으로 단죄하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했다. 3차 결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진핑 사상을 당의 확고한 지도이념으로 규정해 개혁개방, 집단영도, 도광양회로 상징되는 덩샤오핑 노선을 정식으로 탈피하는 데 역점을 뒀다.

‘역사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는 사필소세(史筆昭世)식 통치 전략이 이번 역사결의를 추동했다. 시진핑 주석이 당의 핵심이고, 시진핑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양개확립(兩個確立) 원칙도 천명했다. 2012년 취임 이후 부패와의 전쟁,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 당·정·군의 전면적 물갈이를 통해 구축된 시진핑 체제가 이념적 당위성을 부여받았다. 현대 중국을 만든 마오쩌둥에 이어 중국의 대국 굴기를 견인할 21세기 영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시진핑 사상을 ‘중국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라고 선언했다.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추종한 글로벌 규범에 더 이상 예속되지 않겠다는 자강의 의사표명이다. 시진핑은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가 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100년 굴욕의 시대는 끝났으며 국제 정세의 변화는 중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당정 국가(黨政 國家) 시스템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동서남북중, 노농학병 등 중국의 일체를 영도하는 당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당의 결정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구조에서 경제는 사회주의 현대화의 수단일 뿐이다. 국유기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중요한 물질적 기초이자 정치적 기초다. 마윈의 알리바바에 대한 제재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폐지는 국가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다. 기술기업에 대한 홍색 규제 강화, 공동 부유 천명은 당 영도를 강화하는 고도의 통치 행위다.

종엄치당(從嚴治黨) 통치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당의 위상이 흔들리고 인민의 신뢰가 흔들릴 때 위기가 오기 때문이다. “중병을 극약으로 치료한다” “난세는 엄한 법률로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주의적 통치 행태가 사회 곳곳에 깊이 침투해 있다. 서구 사회가 비판하는 감시국가의 민낯이다. 중국 전역에 600만 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중국 굴기를 위해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가 경시되고 국가안정과 단합이 강조된다.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 순위는 107위에 불과하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177위로 바닥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산당의 독점적 권력을 훼손한다는 두려움으로 시장개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시장에 대한 당 통제 약화 우려, 국유기업의 비효율과 부동산 부문의 과잉채무 등으로 시장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중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한다. 중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심에 서 있지만 반도체 같은 전략적 자산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헨리 키신저는 양국 갈등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나라는 일면 경쟁하고 일면 협력하는 협력적 경쟁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 부상한 중국이 기존 패권국인 미국이 행사했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일어나는 킨들버거 함정도 경계해야 한다.

역사결의는 제국 중국의 부활을 예견한다. 20세기를 이끌어온 제국 미국을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경제 민족주의와 기존 자유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은 갈수록 드세질 전망이다. 3차 결의가 전체주의 중국의 어두운 미래를 상징한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CNN은 국제적 고립, 당 시스템 붕괴, 후계자 부재 등 공산당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연 시진핑이 중화 민족의 자존심을 고양하고 경쟁국을 복속시키는 현대판 나폴레옹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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