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려는 스타링크 계획에 천문학계가 우려를 나타내는 뉴스를 접했다. 이 계획은 수만 개의 위성을 하늘에 띄워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꿈같은 구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위성이 지구를 뒤덮고 떠다니면 이들이 지나는 궤적 때문에 천체 관측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벌써 간혹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 하는 길게 이어진 불빛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또 여러 대의 위성이 넓게 떼를 지어 지나는 궤적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환상을 주지만, 천문학자에겐 현실적인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에서 외계행성 탐사를 위해 운영 중인 KMTNet(한국중력렌즈망원경네트워크) 망원경의 관측 영상에 많은 인공위성 궤적이 계속해서 찍힌다고 생각해 보라. 이들 인공위성 궤적은 관측 영상 속에서 수많은 별을 덮어 쓸모없게 만들어 버릴 테니 천문학자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또 얼마 전엔 러시아가 위성을 폭파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이 긴급 대피 준비를 하기도 했다. 우주선의 파편은 총알보다 빠르기 때문에 아무리 작아도 우주인뿐만 아니라 모든 떠다니는 위성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지구 주변엔 위성의 작은 파편들이 너무 많아 처리에 고민이 많다. 어쩌면 우주 유영을 나가는 우주인은 방탄복과 방탄모로 무장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첨부한 사진의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면 휘어진 궤적과 그 궤적을 따라 이어진 작은 점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전투기의 야간 비행 훈련으로 인한 것이다. 야간의 전투기 궤적은 다양한 불빛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시선 방향으로 다가와서 도깨비불처럼 밝게 빛나다 사라지고, 때로는 붉게 궤적을 이룬다. 사진 왼쪽 아래 도시의 불빛 위로 낮게 지나는 붉고 밝은 궤적도 그 한 종류이다. 사진에는 인공위성 궤적도 많이 나타난다. 자연 현상인 유성은 왼쪽 끝부분의 하나뿐이며, 유성인 듯 곧고 밝게 빛을 뿌린 나머지 궤적은 전부 인공위성 궤적이다. 별은 일정하게 같은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난 유성 하나를 제외한 전부가 인공적인 흔적이다. 스타링크 계획이 아니어도 이미 인공위성 궤적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날, 밤새 별을 보고 새벽에 올해 가장 밝은 혜성인 레너드 혜성을 관측한 날이었다. 밝게 흐른 금성과 목성을 담은 일주운동 사진을 본 순간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먼저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서 온 하늘이 인공위성으로 가득 차면 별 궤적보다 인공위성 궤적이 더 뚜렷할 수도 있다. 별을 보는 즐거움이 그만큼 줄어들고, 별과 함께하는 많은 낭만도 줄어들겠지만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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