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리튬 25% 묻혀 있다"…美·中·러 뛰어든 '소금호수 전쟁'

입력 2021-12-17 16:48   수정 2021-12-27 19:05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이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로 몰려가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쓰이는 리튬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앞장서 있고, 미국 기업도 ‘기회의 땅’ 볼리비아에 뛰어들고 있다.
리튬 부국 볼리비아…중·러 ‘눈독’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리비아에 매장된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글로벌 원자재 기업 8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4개) 미국(2개) 러시아(1개) 아르헨티나(1개) 기업이 시범 사업권을 확보했다. 경쟁에서 최종 승리한 기업은 볼리비아 정부·기업과 손잡고 리튬 추출 사업을 본격화하게 된다.

세계 원자재 기업이 중남미 빈국 볼리비아로 향하는 이유는 풍부한 리튬 매장량 때문이다. 올 1월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세계 리튬 매장량(8600만t)의 24.4%(2100만t)에 달하는 리튬을 보유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아르헨티나 칠레와 함께 중남미 ‘리튬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 관광지로 유명한 우유니 소금 호수(사진)에 다량의 리튬이 녹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볼리비아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미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며 해외에 진출한 자국 광산·건설업체에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하며 리튬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

시범 사업권을 따낸 미국 원자재 업체 에너지X는 이에 비해 “미국의 지원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볼리비아와 적대적 관계로 얽혀 있어 리튬 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코카인 주요 생산국인 볼리비아를 강력하게 규제해 반발을 샀다. NYT는 “일부 기업이 볼리비아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볼리비아 “어느 국가나 투자 가능”
리튬 매장량이 막대하지만 볼리비아의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 일부를 한껏 챙기려는 볼리비아 주민들의 입김이 세서다. 일례로 2년 전 볼리비아에서 리튬 사업에 착수했던 독일 기업은 “로열티를 세 배 높이라”는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되자 에보 모랄레스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은 독일 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볼리비아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우유니 소금 호수는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리스크에도 에너지 전문가들은 볼리비아산 리튬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NYT는 “에너지 전문가들은 볼리비아의 리튬 생산량이 증가하면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티그 이건 에너지X 최고경영자(CEO)는 “볼리비아는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주요 석유 매장국)”라며 리튬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투자 기회가 모든 국가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프랭클린 몰리나 볼리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외교관들이 자국 기업을 대신해 로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주권을 존중하는 한 어느 국가든지 볼리비아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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