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구잡이 통신 사찰…공수처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입력 2021-12-17 17:01   수정 2021-12-20 08:5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자 통신자료 무차별 조회 사태가 언론·정치 사찰 논란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만 해도 최소 15개 언론사 소속 기자 40여 명의 통신자료가 무더기로 조회됐다. 공수처는 ‘주요 사건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적법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

공수처 해명처럼 전기통신사업법(83조 3항)에 따라 수사기관은 수사정보 수집을 위해 이름·주민번호·주소 등의 ‘통신자료’를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영장을 받아 통화 일시·시간·상대방을 들여다보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다르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설명으로 납득하기 힘든 무차별 조회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공수처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과 통화할 일이 없는 카메라기자까지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공소 유지 중인 사건이 없는 공수처 공소부도 자료를 조회해갔다. 공수처 수사와 연관된 법조팀 기자를 넘어 야당 출입 정치부 기자가 조회대상에 대거 포함된 점도 석연치 않다. 조회시기가 공수처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진 때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의 언론 감시라는 의구심이 커진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통신조회는 언제나 논란을 몰고다니는 이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검찰개혁의 산물인 공수처가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사건들보다 더 큰 사찰 의혹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출범 당시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호언했던 김진욱 공수처장의 발언은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났다. 야당 시절 “묵과할 수 없는 사찰”이라며 통신조회를 비난했던 여당이 침묵하는 것도 실망을 더한다.

이번 사태는 공수처가 점점 ‘괴물 조직’이 돼간다는 방증이다. ‘수사 목적상 조회’라는 공수처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통신조회가 헌법상 사생활·통신비밀·언론출판의 자유를 심대히 위협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잖아도 공수처는 편향과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터다. ‘정권 비호처’ ‘정권 사설흥신소’라는 비아냥이 넘친다. 공수처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압수수색을 해놓고 ‘없던 일로 하자’거나 고위간부가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대놓고 말하는 등 좌충우돌했다. “품격 있고 절제된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던 출범 때 다짐은 사라지고 기막힌 위선만 남고 말았다. 공수처의 존재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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