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딱지치기 권유하는 가계부채 정책

입력 2021-12-19 17:34   수정 2021-12-20 08:56

지난달 정부는 ‘가계부채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가계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 아니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조절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이미 장기간 논의된 가계부채와 관련한 이슈를 금융회사들과 논의하기로 했다. 더불어 ‘추가정비 TF’, ‘후속조치 TF’ 등 수시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TF가 필자에게는 왠지 금융회사의 ‘자산 관리 TF’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금융회사에 가계부채는 받아야 할 돈으로 자산이지만, 가계에는 갚아야 할 돈이다. 다시 말해 금융회사, 신용보증 관련 기관, 관련 협회, 그리고 신용정보기관 등으로 금융회사 자산 관리 TF를 구성해 자산 관리 정책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조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반기에도 금융회사의 실적은 상반기를 초월할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이야기한다. ‘가계대출 우대금리 비중 축소’ ‘조달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 상승 불가피’ 같은 보도도 넘치고 있다.

정부는 금융회사 자산 관리 정책을 통해 고신용 대출 시장에서 대출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저신용 대출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고신용 대출 시장의 공급 관리, 저신용 대출 시장에서의 수요 확대는 전반적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물론 시장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주택대출 자산을 보유한 금융회사 중심의 정부 정책이 가계대출 금리 상승의 주요 요인이며, 금융회사의 사상 유례없는 실적은 이를 시사한다.

주요한 가계부채 이슈는 이제 시작이다. 일련의 금융회사 자산 관리 정책으로 공식적 금융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는 가계 입장에서 상환해야 하는 부채지만, 금융회사의 자산 안전성을 저해하는 부채를 보유한 가계는 저신용 금융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묘사된 것처럼 딱지치기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가계부채 정책은 금융회사 자산 관리보다는 가계 부채 관리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금융회사가 부실자산으로 간주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계가 증가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즉 ‘진정한’ 가계부채의 위험을 관리하는 실질적 정책의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도덕적 해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단순 지원보다는 체계적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

금융회사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획일적인 가계부채 정책은 아쉽게도 금융회사의 선진화, 국제화, 그리고 경쟁력 강화와 거리가 있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금융회사의 위험 관리 및 대출실행 정책을 제시한다면, 금융회사의 목적함수는 여신 영업실적 확대에만 국한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위험 관리 즉 대출능력 고도화는 결국 요원할 것이다.

부채의 어려움에 직면한 가계가 정부정책의 도움으로 극한적 상황에 직면하는 사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가계부채 정책은 단순한 현재의 금융회사 ‘자산 관리 정책’에서 대폭 방향을 선회해 가계를 위한 ‘진정한’ 가계부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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