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속 '해머링 맨', 설치미술의 편견을 깨다

입력 2021-12-23 16:46   수정 2021-12-24 02:41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대문쪽으로 잠시 걷다 보면 망치질하는 거인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공공미술 설치 작품 ‘해머링 맨’(사진)이다. 높이 22m, 무게 50t에 달하는 이 작품은 2002년 태광그룹 흥국생명의 신문로 사옥 신축을 계기로 설치됐다.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면서 서울 도심을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거대한 미술품의 관리자는 흥국생명 사옥 3층에 있는 세화미술관이다. 태광그룹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빌딩 지하에 있는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와 더불어 도심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손꼽힌다. 생소하고 어려운 현대미술보다는 미디어아트와 조각 등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해 대중의 접근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도심 속 미술관’ 꿈 이룬 태광그룹
태광그룹이 흥국생명 사옥에 처음 만든 문화공간은 2000년 탄생한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공간 ‘일주아트하우스’다. 로비와 지하 1층 등에 전시장과 아카이브, 스튜디오와 극장이 모두 갖춰져 있어 창작과 전시, 제작과 상영이 모두 가능한 독보적인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신문로에 나란히 있는 SK빌딩에서도 아트센터 나비가 개관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국내 미술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유력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예술가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태광그룹은 2010년 일주아트하우스를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선화갤러리’로 확장 이전했다. 운영 주체도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세화예술문화재단으로 바꿨다. 그룹 창업주 이임용 선대 회장(1921~1996)의 부인이자 이호진 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여사(1927~2015)가 설립한 재단이다.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심 한가운데 미술관을 여는 게 이 여사의 꿈이었다. 일주&선화갤러리가 2017년 서울시의 ‘제1종 미술관’ 허가를 받고 세화미술관으로 탈바꿈하면서 그 꿈은 마침내 이뤄졌다.

세화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수준 높은 설치미술 컬렉션이다. 해머링 맨을 제외해도 건물 로비에 있는 강익중의 ‘2010 아름다운 강산’,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인 자비에 베이앙의 ‘리처드 로저스’ 등 쟁쟁한 작가들의 대작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줄리언 오피, 이반 나바로, 짐 다인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즐비하다.
20년 전 전시 작가들의 ‘컴백’
지금 세화미술관에서는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20년 전 미술관의 전신인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일상성’을 주제로 열린 ‘상어, 비행기를 물다, 2001’의 오마주다.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 가운데 강애란·김해민·강홍구·양아치·리덕수 작가가 함께한다. 당시 전시 작품들이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통해 일탈을 꿈꿨다면 이번에는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시작된 새로운 일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나왔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토크와 워크숍, 강연 등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이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다. 허승조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이 회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이어받아 세화미술관이 도심 속 열린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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