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흰 눈을 맞으며 붐비는 거리를 쏘다녀야 제맛인데, 스크루지보다 더 지독한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집콕’한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가난하지만 선한 사람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각하며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크리스마스 캐럴》을 소개해 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영화,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발표되었지만 축약이나 재해석이 아닌 원래 분량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어야 명작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돌아보며 누구보다 선한 사람으로 변한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 이야기’라는 건 대부분은 알고 있지만 중편 분량의 원작에서 스크루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세 명의 유령과 어디를 돌아다녔으며, 스크루지가 어떤 상황을 보고 변화했는지 세세하게 짚으면 교훈과 함께 감동이 찾아들 것이다.엄청난 부자면서 집안에 불 밝히는 것조차 아까워하는 스크루지는 상점 직원 밥에게 월급을 박하게 주면서 크리스마스에 쉬는 대신 이틀간 새벽 출근을 명령하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는 조카에게 “거지같이 가난한 놈이 무슨 이유로 즐겁다는 거냐”며 핀잔을 준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모금하러 온 신사들에게 “게을러터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이유가 없다”고 차갑게 말한다. 심지어 사무실 문 앞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꼬마를 쫓아버리기까지 한다.
아침에 일어난 스크루지는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을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것과 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밥에게 몰래 칠면조를 보내고 기부를 부탁했던 사람에게 많은 돈을 내겠다며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한다. 교회에도 가고, 거리에서 만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거지들과 대화도 하면서 ‘이 세상 모든 것이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망설이다 찾은 조카의 집에서 환대를 받고, 크리스마스 다음 날 지각한 직원에게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밥!”을 외친다.
답답한 구두쇠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에 발표된 이래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장을 대중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단지 기독교인만의 날이 아닌 화해와 용서, 나눔의 철학을 가진 모든 이들의 기념일로 변화시켰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이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의 대문호로 칭송받는 찰스 디킨스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열두 살 때부터 홀로 하숙을 하며 갖은 고생을 했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혹독한 경험을 토대로 삼아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같은 명작을 줄줄이 발표했다. 찰스 디킨스 자신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고여서 썩어가다가 부를 나누면서 행복해하는 스크루지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으며 스크루지 영감의 회심과 찰스 디킨스의 삶을 생각하면 답답한 크리스마스가 한결 푸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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