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에 돌가루로 그린 '민족의 영물' 호랑이

입력 2021-12-24 17:14   수정 2021-12-27 18:52



“착하고 성스럽고 문무를 겸비했다.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지혜롭고 인자하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남긴 이 말은 역사적인 위인에 바치는 찬사 같지만, 사실 호랑이에 대한 칭찬이다. 이처럼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로 사랑받아 왔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예의 바른 동물로 대접받았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아 내달 5일 세화전(歲畵展) ‘야-호(虎), 복 내려온다!’가 열린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새해 아침에 대문이나 집안에 특별한 의미의 그림을 붙이곤 했다. 악귀나 잡귀 등 나쁜 기운을 쫓고 좋은 기운과 복을 불러들이는 이 그림을 ‘세화’라고 불렀다. 새해 초가 되면 왕이 신하들에게 장수나 부귀를 기원하는 세화를 내렸는데, 이를 위해 화공들이 밤새워 작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86명의 작가들이 비단 위에 진채 기법으로 그린 호랑이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진채는 표면을 거칠게 가공한 비단을 전통 방식으로 쑨 풀로 틀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먹으로 세밀하게 스케치한 후 색깔 있는 돌가루를 입히는 방식이다. 고려시대 불화와 조선시대 궁궐 장식, 초상화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채색화 기법이다.

호랑이 그림은 일명 ‘호축삼재(虎逐三災)’라 불린다. 입춘 때 일반적으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씨를 대문에 붙였지만, 호랑이해에는 특별히 ‘호랑이가 삼재를 쫓는 벽사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용맹스런 호랑이의 모습을 그리거나 ‘호축삼재’라는 글씨로 그림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도록 판매 수익금은 강북삼성병원에서 추진하는 'New Life 중증질환의료지원사업'에 기부된다. 정해진 진채연구소 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중증질환에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호축삼재’의 벽사 기운을 함께 나누며 작은 사회적 실천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전시에 오신 모든 분들이 힘찬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전시는 1월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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