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지나 희망으로…따스한 그림이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입력 2021-12-28 18:11   수정 2021-12-29 01:30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사람들의 마음속 어둠은 해소될 길 없이 번져만 간다. 여행은커녕 친한 이들과의 식사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예술은 몇 안 되는 탈출구 중 하나다. 올해 미술시장의 뜨거웠던 열기는 투자 목적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나마 위로와 용기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아닐까.

기나긴 감염병 사태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환하게 밝혀주는 그림들이 한자리에 나왔다. 2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신년특별전 ‘Hopeful Dream, Delightful Journey(희망찬 꿈, 즐거운 여행)’이다. 한경갤러리가 선화랑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정일, 이동욱, 박현웅, 이영지, 박영희 등 화가 5인의 작품 25점이 나왔다. 아름다운 추억과 휴식,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작품으로 이름난 중견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 작품 두 점을 건 한국화가 이영지(46)는 올해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화랑미술제와 10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정식 개막 전에 모두 팔렸다. 특히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이번에 출품한 120호 크기의 대형 작품 ‘널바라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선명한 색채를 뿜어내는 나뭇잎과 나무 주위를 노니는 아기자기한 하얀 새들이다. 하지만 작품을 바라보노라면 배경의 은은한 분위기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한지를 여러 겹 겹치고 아교 녹인 물을 칠한 후 말리는 ‘반수 처리’를 한 뒤 원하는 색과 질감을 내기 위해 수없이 덧칠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과 노고가 있기에 그 위에 수놓인 다양한 색의 분채(조개 등 자연재료로 만든 물감)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동욱 작가(40)는 무수히 많은 풍선을 담은 작품 다섯 점을 걸었다. 이 작가는 “풍선은 힘의 균형이 깨지면 터져 소멸하는 불안한 존재”라며 “코로나19 등 거스를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꿈에서 그린 풍경’을 비롯한 몽환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색채의 그림들에서는 어딘가 희망이 느껴진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풍선들의 색채,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특유의 질감이 팬데믹 이후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강인한 면모를 닮아서다.


휴양지에서 가족과 달콤한 휴식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박영희 작가(50)의 ‘수영장 이야기’ 연작 일곱 점 앞에서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수영장은 오직 인간의 휴식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므로 바다나 강보다 더욱 안락하고 편안한 장소다. 따뜻하고 화사한 필치로 묘사한 수영장과 이를 둘러싼 꽃 등 식물과 함께 수영복을 입은 가족들의 모습이 이상적인 휴식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박영희 작가의 남편인 박현웅 작가(52)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자신이 개척한 ‘조각 회화’를 통해 풀어낸 작품 네 점을 선보였다. 자작나무 조각을 잘라 연마하고 그림을 그린 뒤 이를 퍼즐처럼 끼워 맞추고 쌓아올려 만든 작품이다. 입체적인 질감과 화사한 색감, 아기자기한 이미지들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Bonbon 2018’에 그려진 기차, ‘강을 따라 산책’의 조각배 등 그림 속 탈것들은 당장이라도 관객을 상상의 세계 속으로 데려다줄 듯하다.


정일 작가(63)는 동화 속 소재를 아련하면서도 황홀하게 표현한 그림 일곱 점을 펼쳤다. 왕관을 쓴 왕자와 공주, 보아 뱀과 코끼리를 삼킨 모자 등 동화적 소재가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은 따스한 추억을 아련하게 상기시킨다. 다채로우면서도 몽환적인 색채와 작가가 쌓아올린 두터운 질감이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꽃다발과 여성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Cadeau’ 연작 두 점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환상적인 그림이 연상된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위로를 드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작품을 통해 얻는 작은 기쁨과 위안이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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