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어둠 속에서 꺼내준 '해피 뉴 이어', 올해 가장 잘 한 일" [인터뷰+]

입력 2021-12-31 11:16   수정 2021-12-31 11:1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18년 '미쓰백'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쓴 한지민이 곽재용 감독의 신작 로맨스 '해피 뉴 이어'로 돌아왔다. 그동안 영화 '조제', '그것만이 내 세상', 드라마 '봄밤', '눈이 부시게'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한지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짝사랑' 캐릭터를 맡았다. 짝사랑은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그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그런 짝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의 공감대를 자극할 예정이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연말연시의 호텔 엠로스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호텔을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청춘영화 붐을 주도한 '비 오는 날 수채화'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로코의 원형 '엽기적인 그녀', '한국 멜로 영화의 바이블 '클래식'까지 연출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다.

한지민은 호텔 엠로스의 유능한 매니저 소진 역을 연기했다. 소진은 일할 때와는 달리 연애 앞에선 둔감한 캐릭터로 15년 지기 남사친 승효(김영광)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올해 안에 운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는 역술가의 말을 들은 후 승효에게 '할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이었다.

지난 3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지민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제가 나이가 들어가지고,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해요.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어 연말을 못 느꼈는데 지금 한 해가 주마등처럼 흘러가네요. 지난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올해엔 가족에 안 좋은 일들도 있었어요. 힘들었던 시기 힐링받고 싶어 이 영화를 선택했어요. 올해 가장 잘한 일은 '해피 뉴 이어'에 출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은 한지민과의 일문일답.
▶'해피뉴이어' 공개 첫날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과 티빙 인기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박수) 사실 저는 한국영화가 많이 걸려있어서 우리 이거 볼까? 저 영화도 재밌겠다. 고민이 오는 순간이 오길 바랐어요. 어떤 분들은 영화가 많이 빠져서 좋지 않을까 하셨는데, 오히려 저는 아쉬움이 있었죠. 지금 외화 큰 영화들이 걸려있긴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오랜만의 한국 영화라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 감사드려요. 개봉날인데 티빙을 트니까 영화가 걸려있어서 의아하기도 했죠.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한 부분입니다.

▶ '해피 뉴 이어'에는 무려 14명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진이 있는데 연기적으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합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연결된 지점에 소진이 있어요. 중심을 잡기보다 그들의 캐릭터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느낌으로 생각했습니다. 많은 인물들과 짧은 시간 안에 만나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스토리가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쓰셨죠. 만화스러운 표정이 있는데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이에요. 현장에선 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상에선 괜찮더라고요.

▶ 영화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떤가요.

시사회 때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처음 봤는데 긴장했어요. 내 컷이 나오면 다들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게 되더라고요. 영화에 들어갈 때 이쯤이면 코로나라는 힘든 시기를 겪은 관객들이 이런 따뜻하고 편안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선택했어요. 연말이 주는 설렘과 따뜻한 느낌이 잘 담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기존 로맨틱 코미디(로코) 와 차별화 된 매력이 있다면.

로코마다 느낌이 있겠지만 '해피 뉴 이어'는 다채로움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생 커플부터 이혜영, 정진영 선배의 로맨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로맨스가 담긴 게 차별점이죠. 그 나이 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보며 아름답고 설렌다고 느꼈습니다.

▶ 이번 작품에서 유독 예쁘게 나왔다는 평가가 많아요.

솔직히 영화를 선택할 때 매니저분들에게 '미쓰백', '조제' 때 너무 내추럴하게 나와서 화장 좀 하고 나올 수 있게 됐다고 했어요. 예쁘게 나오는 것도 영화 선택의 이유 중 하나기도 해요. 제가 나온 영화 중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무조건 좋아요. 우스갯소리로 '화장하고 나올 수 있겠구나' 했지만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 보이는 게 너무 좋아요. 이번 현장에선 머리 한올 튀어나와도 계속 만져주셨어요. 모두의 노력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죠. 시사평이 어떻냐고 소속사에 물었는데 자꾸 예쁘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예뻐야 될 때는 광고나 화보에서고, 작품에선 연기 잘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감사하고,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이에요.


▶짝사랑은 절대로 안 했을 것 같은데 많이 해보셨다면서요. 온라인 상에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좋아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거절당하면 어색해지고 보기 힘들까 봐 어떠한 표현도 못하고 혼자 좋아했죠. 연애할 때는 상대가 먼저 이야기를 해오면 그제야 용기를 내는 편인 것 같아요. 막상 사랑을 하면 표현을 많이 하는데 하기까지 망설이는 편이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항상 주춤하는 편이라 누군가 생긴다면 늦기 전에 용기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극 중 짝사랑하는 승효 역의 김영광을 비롯해 동생 역 조준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영광은 진자 수줍음이 많아요. 오히려 제가 물어보면서 해야 했어요. 맑고 순수한 모습이었죠. 승효와 비슷한 지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승효(김영광)는 소진에게 15년 된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죠. 편안한 친구 사이에서 나오는 감정과 좋아하는 상대에게 드는 감정 등 표정의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조준영 배우는 첫 촬영 때 강하늘과 인공호흡하는 걸 제가 보고 말았어요. 입을 맞추고 있더라고요.(웃음) 강하늘도 조준영이 신인이다 보니 풀어주려 노력했고, 저도 편안하게 하려고 했어요. 촬영할 때 보니 눈이 너무 좋아요. 긴장을 하면서도 카메라 돌 때는 잘해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죠.

▶ 영화를 본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 또래나 가족들은 편안하게 보고 연말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해요. 저희 고모가 '요즘 보기 드문 가족영화라 따뜻했습니다. 19금 내용이 없어서 아쉽긴 했으나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하셨어요. 파격적이고 자극적 요소 때문에 몰입도가 생기는 거에 익숙해져 있더라고요. 초심으로 돌아가 보니 무난하고 편했던 일상이 소중해 이 작품을 선택했던 게 기억나더라고요. '미쓰백'에서 함께했던 김시아 양이 영화를 보고 문자를 했어요. '언니 영화 따뜻하게 잘 봤고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그런데 승효 같은 남자 절대 만나지 마세요'라고 화난 것처럼 보냈어요. 아직 제겐 예쁜 꼬마인데 그런 이야기를 해서 놀랐죠. (웃음)

▶ 넷플릭스 '백스피릿'에서 보여준 인간 한지민의 모습도 화제였어요. 작품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종종 나오고 있는데요.

요즘 드는 생각은 20대만 했어도 '미쓰백' 같은 작품을 선택 못했겠다 싶어요. '나는 변하면 안 돼'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은 나란 사람을 규정하고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기를 낸 내 모습이 이제는 마음에 들어요. '백 스피릿' 같은 것도 공중파였다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OTT라 자유로웠던 것도 있어요. '백 스피릿'에 출연자들 다들 저만큼 마시는 줄 알고 술을 마셨다. 카메라가 멀리 숨어있고, 모두가 코로나 검사하고 오신 분들 앉아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부산에서 백종원 선생님과 말하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한잔 한잔 하다 보니 제가 제일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술이 주는 솔직함과 용기가 있죠. 20대 때는 더 많이 소심했고 걱정도 많고 눈물도 많았어요. 우물 안에 살았던 제가 싫다기보다 그때의 내가 힘들었겠구나, 안쓰러워서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니까요.

▶ 배우로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요즘 팬들도 그렇고 SNS로도 많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제 작품이 위로가 되었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됩니다.

▶ '해피 뉴 이어'는 한지민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돌아보면 혼자 침체된 시기에 만난 작품이에요. 어둠에 있던 날 꺼내줬죠. 올해 가장 잘한 일은 '해피 뉴 이어'라고 생각해요. 깊게 생각 안 하고 '나 이거 하면서 힐링받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죠. 감독님의 순수한 개그를 들으며 마냥 웃을 수 있었죠.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밝아서 고마운 느낌이 컸습니다. 그동안 영화 촬영하며 중압감이 컸는데 다양한 배우가 많으니 부담 덜겠구나 싶었어요. 되게 잘한 일 같아요.

▶차기작으로 드라마 '욘더', '우리들의 블루스' 두 작품을 촬영 중이시죠.

두 작품 다 사람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예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라 모두가 주인공이죠. 저는 해녀 역을 하게 되어서 처음으로 해녀복도 입어요. 부끄럽기도 한데 이 드라마 안에서 다른 모습이 있어 잘 표현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욘더'는 삶과 죽음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예전 같으면 동시에 촬영한다고 하면 생각이 많았을 텐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고, 과감한 선택을 한 게 잘한 것 같아요. 내년에도 계획 없이 해보자 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한 해를 보내며 든 생각은.

행복의 가치가 점점 소박해져요. 철없을 땐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말이죠. 올 한 해 떠나보낸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나이가 든다는 건, 이별을 준비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일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고 아프고 슬픈 소식을 안 듣고 싶어요. 무탈한 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건지 느끼게 됐죠.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게 됐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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