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연탄 가격이 세 배 이상 급등한 여파로 시멘트업계의 4분기 실적이 일제히 꺾였다.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아 내년 업황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의존도를 낮추려 친환경설비 도입을 위한 대보수를 앞당겨 내달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생산량이 30%가량 줄게 돼 내년 상반기엔 시멘트 공급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30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 급등 여파로 쌍용C&E를 비롯해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 업체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1~3분기 때 벌어들인 이익을 유연탄 때문에 4분기에 몽땅 까먹게 됐다”며 “순수하게 시멘트 사업만으로 본다면 적자를 본 기업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시멘트는 석회석 점토 철광석 등 원료에 열량이 높은 유연탄을 연료로 넣어 최대 2000도까지 열을 가해 만들어진다.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평균 t당 60달러에서 올 들어 5월 두 배 수준인 123달러(월평균)로 올랐고, 12월 현재 186달러로 세 배가 됐다. 내년 1월 예상 가격은 200달러다.
주가도 약세다. 업계 맏형인 쌍용C&E 주가는 지난 6월 8600원대로 최고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쳐 12% 하락한 77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유연탄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요인밖에 없어 시멘트업계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은 76%가 러시아산이고 24%가 호주산이다. 호주 광산은 기록적인 폭우 피해로 유연탄 생산이 중단됐고 이를 실어 나르는 철도도 수몰되면서 운송이 막힌 상태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 연료인 유연탄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도 한파 여파로 유연탄 수요가 늘고 있다.
시멘트 운송과 대기오염 물질 제거에 쓰이는 산업용 요소수 역시 올 상반기 t당 14만원에서 현재 55만원으로 네 배 가까이 올라 부담을 주고 있다. 내달부터는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부담이 커지고 내년 상반기 이후 전력비 인상도 앞두고 있다.
시멘트업계와 가격 협상을 하게 될 레미콘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을 올리면 건설사에 납품하는 레미콘 가격도 인상해야 한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을 열원으로 재활용하도록 설비를 서둘러 개조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현재 유연탄 대체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 유럽 수준인 6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보수하려면 시멘트 생산 설비인 소성로(퀼른)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내년 1~3월 평균적으로 30~40%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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