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텔 낸드' 독립 경영…"인재 이탈 막고 기업가치 올리겠다"

입력 2021-12-30 17:27   수정 2022-01-06 16:35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독립 경영을 결정한 것은 인수 이후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서다. 한 관계자는 “경쟁사를 도태시키기 위한 공격적 인수합병이 아니기에 가능한 한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며 “인수 절차를 예정대로 마친 뒤 경영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인수 마무리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 22일 중국 정부가 반독점심사에서 인수건을 승인하면서 인수 계약에 필요한 8개국 승인이 마무리됐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총 계약금액 90억달러 중 70억달러를 인텔에 지급하며 인수 절차의 첫 번째 단추를 끼웠다. 계약에 따르면 첫 번째 금액 지급에 따라 SK하이닉스 측은 인텔이 보유한 주요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이번 계약금 지급으로 인텔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사업장 등이 SK하이닉스에 이전됐다.

남은 절차는 2차 계약금 지급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께 남은 20억달러를 2차로 지급하고 인수계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때 낸드 웨이퍼 연구개발(R&D)과 다롄 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유·무형 자산을 양도받는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 분야 중에서도 모바일 제품에 특화된 기업이다. 기업용 SSD(eSSD) 사업이 중심인 인텔 낸드 사업부를 품어도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아 제살 깎아먹기 없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은 “이번 인수는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롭 크룩 투톱 체제
인텔의 낸드 사업부는 SK하이닉스로 넘어간 뒤에도 철저히 독립된 조직으로 남는다. SK하이닉스 측은 큰 틀에서 경영 방침 정도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운영안까지 간섭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신설 자회사 사명 ‘솔리다임’은 솔리드스테이트와 패러다임의 합성어다. 메모리산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솔리다임은 인텔이 운영했던 SSD 제품 개발과 생산, 판매를 총괄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이 회사 의장을 겸임해 인수 후 통합을 진두지휘한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에 합류하기 전 인텔에서 10년간 공정 전문가로 근무했다. 그만큼 조직 문화와 구성원에 익숙하다. 앞으로 솔리다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될 예정인 롭 크룩 인텔 부사장과 함께 솔리다임의 ‘투톱’으로 활약하게 된다.

SK하이닉스에 매각된다는 발표가 나온 뒤로 인텔 낸드 사업부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약화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 낸드 사업부의 지난 3분기 매출은 11억500만달러(약 1조3137억원)로 2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업계 평균 매출 증가율이 15%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9.9%였던 인텔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올 3분기 5.9%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사업 불안정성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경쟁업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솔리다임이 독립 회사로 남게 되면 고객사들의 우려가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지니어를 유지하지 못하면 껍데기만 남은 인수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시장과 내부 구성원에게 기존 인텔이 운영하던 대로 문제 없이 잘 굴러가는 미국 기업으로 남는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나스닥 직상장과 관련,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IPO(기업공개)를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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