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회사 해직자도 사업장內 집회활동 가능"

입력 2021-12-31 16:45   수정 2021-12-31 23:48

해고된 하청업체 노조위원장과 산별노조 간부가 원청기업 사업장에 들어갔어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업장 소속이 아닌 사람도 노조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법원 판단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현장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3-2형사부(재판장 윤성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공동주거침입죄(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 A씨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자 하청업체 해고자인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7월 16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관리하는 조선소 내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A씨와 B씨는 출입허가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집회 개시나 종료시간 등이 불분명하다”며 출입을 불허한다는 회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전 10시 출입 통제 담당 직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정문을 통과해 내부로 진입했다. 이에 회사는 이들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이들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재판부는 “A는 지회가 소속된 산별 노조 조직부장이며 B는 지회장으로 집회를 주도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집회가 사방이 트인 광장에서 개최돼 주요 생산시설이나 사무공간을 점거한 것도 아니다”고 판단해 이들이 정당한 조합행위를 위해 출입했다고 봤다.

특히 A씨와 B씨가 개정 노조법에 따른 ‘비종사 조합원’이기 때문에 이들의 출입은 관련 법에 따라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비종사 조합원이란 해직자, 산별노조 조합원 등 해당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을 말한다. 재판부는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는 개정 노조법 제5조 2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신설했으며 2021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 조항이 판결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노동담당 변호사는 “이에 앞서 2020년 7월 대법원은 산별 노조 조합원이 기업별 지부의 쟁의행위를 지원하기 위해 사업장에 밀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정당행위’라며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여기에 개정 노조법을 근거로 한 무죄 판결까지 나오면서 비종사 조합원들의 조합활동이 확대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 생산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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