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집 드나들듯 탈북 이어 월북…뻥뚫린 안보

입력 2022-01-03 17:06   수정 2022-01-04 00:12

“2020년 11월 귀순한 사람과 인상착의가 거의 같았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브리핑에서 강원 최전방 초소(GOP) 월북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현장 조사 중”이라는 말만 거듭하던 군은 월북자 신상과 관련한 기사가 줄지어 나오자 오후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 일정을 부랴부랴 잡았다. 2020년 11월 강원도 동부전선 GOP 철책을 넘어 귀순한 사람과 2022년 새해 첫날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람이 동일 인물로 확인된 것이다.

군은 2020년 ‘월책 귀순’ 사태와 이듬해 2월 ‘헤엄 귀순’ 사태가 벌어지자 수천억원을 투입해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바꾸고 있지만 이번 월북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번에 월북한 귀순자가 처음 탈북할 당시 군은 “철책에 나사가 풀려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장비 탓’만 거듭했으나 이번엔 경보음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이 최첨단 장비와 수많은 장병의 눈을 모두 피해 안방 문 드나들듯 GOP 철책을 넘나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혹시 간첩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일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군은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이 사람의 대공 용의점 조사 권한이 군이 아니라 경찰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역시 탈북민 신변보호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군은 월북 장면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이 사실을 3시간가량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월북자가 지난 1일 오후 6시40분께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경계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당시 감시병은 인지하지 못했다. 철책에 설치된 경보가 작동해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으나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자체 판단해 철수했다. 월북자는 당일 오후 9시20분께가 돼서야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감시장비를 통해 군에 파악됐다. 군은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국군 최전방 부대가 1년간 동일 인물에 의해 두 번이나 뚫린 심각한 안보 문제에도 정부의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경계실패에 대해 참모들을 질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질책이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군의 해이해진 기강과 정부 전반의 구멍 뚫린 안보관이 이번 월북 사태로 과연 개선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어 장비만 고치는 우를 반복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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