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공복리보다 개인 자유 우선…이례적 판단"

입력 2022-01-04 19:29   수정 2022-01-05 02:45

법원이 학원 등 교육시설의 방역패스(백신접종 증명·음성 확인제)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례적인 결정이란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의 필요성이 법적으로 인정됐던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어서다.

법원은 백신 미접종자 집단만 교육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리한 처우를 받을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자 사이에서도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등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백신 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청소년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청소년에게 교육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이익을 가하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그들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지침 대부분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근거로 지지를 받아왔는데 이를 뒤집은 선례가 나와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과거 학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부 지침을 두고도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모두 기각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판단이란 점에서 앞으론 교육 분야에서 방역패스를 비롯한 정부의 방역지침이 무력화될 여지가 이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불만을 가진 다른 업종 종사자들도 줄줄이 소송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에 방역패스 정책 전반에 반대하는 다른 소송도 제기돼 있다. 지난달 31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시민 1023명이 정부 방역당국을 상대로 방역패스 관련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오는 7일 이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행정소송 본안에 대한 1심은 4월 이후 열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보통 효력정지 신청이 인용된 뒤 3개월 이상 지난 뒤 1심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렇게 되면 3월로 예정된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다만 최근 수능 출제 문제의 오류 여부를 둘러싼 소송처럼 국민들의 관심이 큰 사안이란 점에서 예상보다 일찍 1심이 진행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방역당국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뿐 아니라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 방역패스를 적용받는 시설 대다수가 ‘미접종자 차별’이라는 이유로 철회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역대책의 근간이 흔들린다.

복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인용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입장문에서 “성인 인구의 6.2%(282만 명)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패스 적용 확대는 필요하다”며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소아·청소년은 애초부터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률·사망률이 낮은데, 정부가 무리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접종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교수는 “방역패스가 확산세, 중증화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보건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김진성/이선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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