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상의 바이오 돋보기]완전관해로 상한가간 유틸렉스…체크해야할 4가지

입력 2022-01-06 08:08   수정 2022-01-07 07:21

5일 유틸렉스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29.81% 오른 2만7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틸렉스가 임상1·2상에서 T세포 치료 후보물질 ‘앱비앤티(EBViNT)’의 첫 투약 환자에게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관해(CR)를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하면서다.

앱비엔티를 투여받은 환자는 EBV 양성 NK/T세포 림프종을 앓는 81세 고령 환자였다. 항암 후보물질 투약 후 완전관해 사례는 이제 국내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유틸렉스의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를 4가지 포인트로 짚어 본다.

1. 앱비앤티는 무엇인가?
앱비앤티는 자가(self) 세포독성 T세포 치료제다. 세포독성 T세포는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찾아 공격 및 살해할 수 있는 면역세포다. 환자로부터 추출한 T세포 중 표적으로 하는 암에 반응하는 T세포를 모아 배양한 뒤 다시 1회 투약하는 형태다.

최근 ‘꿈의 항암제’로 떠오른 CAR-T와는 구분해야 한다. CAR-T는 암세포를 추적하는 레이더 역할을 하는 암항원 수용체(CAR)가 T세포 표면에 생기도록 유전자를 조작해서 만든다.

반면, 앱비앤티는 이런 유전자 조작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든다. 쉽게 말해 환자 몸에 있던 T세포 중 표적으로 하는 암에 반응하는 T세포를 골라낸 뒤 이를 배양하고 활성도를 높여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다.

여기엔 유틸렉스가 보유한 4-1BB 기반 T세포 분리 기술이 쓰였다. 환자에게서 추출한 T세포에서 항원(여기선 EBV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만 분리하는 기술이다. 암항원에 반응해 활성화된 T세포가 4-1BB를 발현하면, 4-1BB에 결합하는 항체를 '자석처럼' 이용해 활성화된 T세포를 골라내는 원리다.

NK세포치료제와도 비교해볼 수 있다. NK세포치료제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뒤 배양해 곧장 투여하는 반면, T세포치료제는 CAR-T처럼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암을 표적할 수 있는 T세포만 골라내는 형식으로 쓰이고 있다. 종양침윤림프구(TIL)가 대표적이다. 이는 항원 인지 과정과 관계없이 비자기(non-self)를 공격하는 NK세포와 달리, T세포는 항원을 인식해야만 공격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암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없는 T세포는 근처에 암이 있어도 공격하지 않는다. 유틸렉스가 암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만 골라 배양한 이유다.

앱비앤티는 자가 세포치료제이기 때문에 환자 1대1 맞춤형으로 제작해 투여해야 한다. 위중한 환자의 경우 몸 속 면역세포가 배양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이럴 땐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MO)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까진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CAR-T 업체들도 겪는 공통적인 문제다.

2. 왜 EBV 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투여했나?
먼저 EBV 양성이 무슨 뜻인지부터 알아보자. EBV는 앱스타인바 바이러스(Ebstein-Barr virus)를 뜻하는 것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즉, EBV 양성이라는 뜻은 EBV에 감염돼 암이 생겼다는 의미다.

바이러스는 외부 침입자인 만큼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인식할 수 있는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앱비앤티는 EBV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면역세포(T세포)를 분리해 배양한 것이다(T세포는 갖고 있는 수용체(TCR)에 따라 인식할 수 있는 항원의 종류가 달라진다). 암 항원이 불규칙한 난치성 고형암 등에 비해 비교적 항원을 특정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EBV 양성 암을 표적하는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유틸렉스가 EBV양성 NK/T세포림프종 및 위암 환자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한 배경에는 앞서 진행한 연구자 임상이 있다. 과거 연구자 임상에서 유틸렉스는 고형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의 환자 8명에게 앱비앤티를 투여했다. 8명 중 4명에게서 효과가 나타났으며(객관적반응률 50%), 이중 2명에게서 CR이 확인됐다. 이 2명 모두 재발성 EBV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였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CR 후 6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며 “재발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는 생존기간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악성암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3. 이번 발표 의미는?
유틸렉스는 EBV양성 NK/T세포림프종 및 위암 환자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0월에 투약한 첫 환자에게서 완전관해(CR)를 확인했다. 첫 투약 후 8주가 지난 시점까지 영상적 평가(PET-CT)에 의해 CR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번 임상에서 투약한 환자는 81세 고령 환자로 앞서 어떤 항암치료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령인 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치료 방법을 사용하기 어려운 컨디션이었다는 것이 유틸렉스 측의 설명이다. 투여한 T세포 수는 과거 연구자 임상 대비 2배 증량했다. 7억개에서 14억개로 늘어났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투여한 T세포 수가 늘어난 만큼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환자에게서 림프종이 다시 재발하게 될지는 추적관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앱비앤티가 정말로 유의미한 혁신 치료제가 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투약 환자 수가 늘어나고 추적관찰하는 기간이 길어져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틸렉스는 2023년까지 EBV양성 NK/T세포 림프종 및 위암 환자 최대 72명에게 앱비앤티를 투약한다는 계획이다. 반응률 및 CR 비율은 투약 환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얼마든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추적관찰을 통해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을 지켜보며 기존 치료법 대비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틸렉스는 구체적인 평가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오는 2분기 말 임상시험의 중간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4. 앱비앤티의 시장성은?
앱비앤티가 노리는 시장은 상당한 ‘니치 마켓’이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적용 가능한 암종의 환자 수가 적어서다.

먼저 NK/T세포 림프종 환자 수가 많지 않다. 서울대학교암병원에 따르면 국내 암 발생 중 비호지킨 림프종(NHL) 비율은 2%이며, 인구 10만명 당 9.3명꼴로 발병한다. 이중 NK/T 세포 림프종의 비율은 6.3%다. 약 10만명 중 약 0.5명 수준이다. 이중 EBV 양성 비율은 동양인의 경우 90% 정도이며, 재발율은 75% 정도다.

위암은 국내에서 발생률 1위인 주요 암이다. 유틸렉스 관계자에 따르면 위암 중 EBV 양성 비율은 약 10% 정도다.하지만 재발성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앱비앤티를 투여받을 수 있는 실제 환자 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유틸렉스는 암이 재발했거나, 1차 또는 2차 항암치료를 한 환자 외에도 고령 등의 이유로 기존 항암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환자들을 포함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CR이 확인된 고령의 첫 투약환자가 대표적이다. 이는 앱비앤티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 수를 늘리려는 회사의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위암 환자 중 EBV 양성인 환자들만을 위한 별도의 표준치료법이 없는 상태이며 음성/양성 구분 없이 똑같은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앱비앤티가 족집게 같은 치료법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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