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의 근본 메커니즘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경제학자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벨상을 받는 영예도 누렸지만, 그 누구도 부유한 나라에서 다시 성장이 이뤄질지,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의 성장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로버트 고든 교수나 그렇지 않다는 조엘 모키어 교수의 주장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다.낙관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조엘 모키어 교수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려는 국가 간의 경쟁이 혁신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세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새롭게 등장한 혁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이 현재 수준으로는 예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뇌의 노화 속도가 둔화하면 일생 중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의 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틀린 점은 이들 모두 경제 전체를 단위로 하는 ‘총량’ 개념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쳐지는 총량 단위에서는 많은 개념이 추상화된다. 총량 단위의 문제는 실제로 자원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놓치게 된다는 점에 있다. 현실에서 같은 전략도 상황이 다르면 동일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성장 전략이 중국과 미국에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리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 정책이 다른 국가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리라는 보장 또한 당연히 없다. 확연하게 다른 정치적, 문화적 토대는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의 크기도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성장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킬지 모르지만 언제나 사람, 즉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성장의 기반을 제공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아비지트 베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부부는 세계화의 승자 중 많은 수가 공산주의 시기 동안 인적 자본에 투자한 나라(중국, 베트남)이거나 공산주의의 위협에 직면해 인적 자본에 많은 투자를 한 나라(한국, 타이완)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생각할 여유와 능력을 갖는다면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는 분배가 성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성장이 멈춘 경제에서 불평등마저 심해진다면, 효과가 없을 게 뻔한 포퓰리즘 정치로 이어져 성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본질은 디지털 경제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 결국 성장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수단임을 이해할 때 질적 발전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