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 자·1척·영척은 30cm 이르는 말…전통적 단위어들, 일상 속에 살아있죠

입력 2022-01-10 10:00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이 수출 64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낭보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무역 규모는 1조2600억달러로,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로 뛰어올랐다. 수출 최전선에는 오대양을 누비는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있다. 국내 1위 해운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등을 포함, 지난해 선복량 80만TEU를 돌파했다.
야드법 기반 TEU, 세계적으로 통용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TEU는 언론에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단위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없고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해운 물동량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인데, 일반 독자들에겐 여전히 어렵다. 우선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신문에서는 독자들이 알기 쉽게 주석을 단다. “부산신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지난해에 227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했다” 식이다. 이때 괄호 안 풀이를 ‘6m짜리 컨테이너 1개’라고 해도 같은 뜻이다. 야드파운드법으로 쓰느냐 미터법으로 하느냐에 따른 차이다.

TEU는 ‘twenty-foot equivalent units’의 약자로, 컨테이너 크기를 나타낸다. 컨테이너선의 적재능력이나 하역능력,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실적 등 컨테이너와 관련한 통계 기준으로 사용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미터법에 익숙해져 있어서 영미에서 주로 쓰는 전통적 단위인 ‘피트’로 표시해선 쉽게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다.

1피트는 미터법으로 바꾸면 약 30cm에 해당한다. 20피트이니 대략 6m다. 야외에 가건물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를 떠올리면 크기를 짐작하기 쉽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니 이런 박스 2만4000개를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척동자’ 등 전통적 단위어 살아있어
그래도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온다면 HMM이 2020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호의 명명식 때 설명한 자료를 인용해 보자. 선박 길이는 400m 정도로 파리의 에펠탑(320m)보다도 길다. 이 선박에 실을 수 있는 모든 컨테이너를 한 줄로 세우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인 144㎞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1피트, 30cm, 한 자, 1척.’ 모두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1피트에 해당하는 30cm 정도 길이는 야드파운드법과 미터법에 따른 방식이고, 우리 전통 단위로 치면 ‘1자’ 또는 ‘1척’이다. ‘자’는 토박이말이고 ‘척(尺)’은 한자어다. 그래서 영국에서 유래한 단위인 피트를 ‘영척(英尺)’이라고도 부른다. 1피트의 세 배, 대략 1m가 채 안 되는 길이(91cm)가 1야드다. 우리말에 “삼척동자도 안다”고 할 때의 그 ‘삼척’에 해당하는 길이다. ‘삼척동자’라고 하면 키가 석 자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란 뜻이다. 반면에 ‘육척 거구’는 키 180cm 안팎의 성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은 그 정도의 키가 흔하지만 옛날에는 거구라 불릴 만했던 모양이다. 일상에서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도 흔히 쓰인다.

1척의 10분의 1, 약 3cm 길이는 ‘치’라고 한다. 순우리말이며 한자어로는 ‘촌(寸)’이다. 속담에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고 하고, 관용구로 “한 치 앞을 못 본다”는 말도 많이 쓴다. 모두 길이를 나타내는 전통적 단위어를 사용한 표현이다. 미터법 사용으로 그 개념은 점차 흐려질지 몰라도 생활언어로 엄연히 살아있는 말들이다. 의미를 알고 나면 이런 표현들이 좀 더 살갑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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