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뜨자 위기감…은행들, '가상자산'으로 반전 노린다

입력 2022-01-10 08:00   수정 2022-01-10 11:30


"국민은행(KB)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 나갑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일명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역력하다. 윤 회장 뿐만 아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모두 이번 신년사에서 디지털 금융 변화를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과 각을 세웠다.

이처럼 요즘 은행권 최대 화두는 '자사 디지털 플랫폼 육성'이다. 자체적인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기조하에 과거에는 은행권에서 언급조차 꺼려하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경쟁에도 과감히 뛰어들었다. 디지털 지갑,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기반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블록체인 플랫폼 등의 신사업을 전개하며 그동안 빅테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디지털 플랫폼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디지털 지갑, 미래 금융 플랫폼 성패 가를 키포인트"
KB국민은행은 자체 실험을 통해 가상자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래 금융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디지털 지갑'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7일 카카오의 블록체인인 클레이튼(Klaytn)을 기반으로 한 '멀티에셋 디지털 지갑(Multiasset Digital Wallet)'의 시험 개발을 금융권 최초로 완료했다. 해당 지갑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 지역 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가상 자산의 충전, 송금, 결제 등을 지원하도록 구현됐다.

KB국민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예정된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연계 테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해당 지갑에 디지털 신분증, 스마트키, 전자 서류 기능 등을 추가해 점차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디지털 지갑은 모바일 신용카드를 통한 온라인 결제가 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본인 인증'과 연계해 지갑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외에도 멤버십, 모바일 쿠폰, 전자문서, 자격증 및 디지털 신분증 등을 지원하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울러 가상자산과 NFT가 대중화되고 각 나라에서 CBDC를 추진함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확장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이 주목받고 있다"며 "디지털 지갑을 통한 생활 서비스 제공과 가상 자산의 안전한 보관 등은 락인 효과(충성고객을 잡아두는 효과)가 매우 강한 서비스다. 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금융 플랫폼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 해외송금 개념증명(PoC) 완료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30일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을 개발하고 개념증명(PoC)을 완료하며 해외송금 효율화에 나섰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해 미국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와 연동할 목적으로 만든 테더(USDT)가 있다.

신한은행은 자사 스테이블 코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가 기존 해외송금 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거래 비용과 신속성, 투명성, 확장성을 모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송금 대상 은행에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라 중개 수수료가 없고, 네트워크 사용료만 건당 100원 이하로 발생한다. 또한 송금 소요 시간은 35초 수준으로 실시간에 가깝다.

신한은행은 운영위원회로 참여 중인 해외 주요 가상자산 프로젝트 '헤데라 해시그래프'와 함께 지난해 8월부터 해외 송금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최근 실험을 통해 PoC까지 모두 완료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충분한 법률 및 규제 검토 이후 신중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기술검증에는 은행 코어 시스템 연동과 원화 정산 프로세스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실제 서비스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번 기술검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가상자산 수탁사업 뛰어들어…직원도 이직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KB국민은행·신한은행에 이어 가상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사 '헥슬란트'가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한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 카르도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명은 볼트커스터디로 현재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등을 수탁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르도의 전체 자본금은 약 20억원으로, 농협은행은 그 가운데 15% 미만인 약 3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법상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적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합작법인을 통해 수탁 사업에 우회적으로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이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신한은행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각각 투자하며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간접적으로 전개하는 모습과 동일하다.

또한 최근에는 NH농협 직원 2명이 카르도로 이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 기획 팀 직원 2명이 카르도로 이직했다"며 "파견이 아닌 완전히 이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르도가 지난달 23일 특정금융정보법상 정의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업 전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행은행이 각각 출자한 가상자산 수탁사인 KODA와 KDAC이 VASP 심사를 모두 통과해 신고 수리가 완료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가상자산 수탁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를 적시에 받았고, AML 인력만 충원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도 관계자는 "심사 보완 작업 중으로, 이달 내 재심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디지털 자산 유통 겨냥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우리은행은 지난 6일 향후 CBDC와 NFT 등 가상 자산의 유통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가상자산의 결제, 인증, 자산 관리 등을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공하겠다는 것.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달 '블록체인 플랫폼' 업무를 전담하는 '혁신기술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자체 스테이블 코인인 '우리은행 디지털화폐(WBDC·WooriBank Digital Currency)'와 가상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NFT 등을 발행할 예정이다. 또한 발행한 가상자산을 송금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멀티자산지갑'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플랫폼 구축으로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연구의 민간기관 유통을 위한 기술 검증을 마쳤다"며 "하반기 CBDC 유통 확대 실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디지털 신기술을 통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전담조직을 통해서도 관련 신사업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네트워크 효과 큰 가상자산, 초기 진입 안 하면 빅테크 못 잡아"
주요 은행들이 이처럼 기술 개발과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가상 자산 분야에 뛰어든 배경으로는 가상자산이 지닌 네트워크 효과(특정 상품에 대해 형성된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큰 점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현재 은행사 전반적으로 가상자산이 기존 레거시(전통) 자산만큼 영향력을 펼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분명히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이 다방면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서둘러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 자산 분야는 네트워크 효과가 막강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술력 등에서 크게 밀려날 수 있다"며 "초기 리스크를 안고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따라잡기 더 어렵다. 초기 진입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 관련 표준이 마련돼있지 않고, 탈중앙화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방식이나 네트워크가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주요 시중은행 모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리서치와 업무협약(MOU)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기술력 등에서 뒤쳐지면 빅테크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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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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