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손발 묶고 '특사경'으로 자본시장범죄 막을 수 있나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1-10 10:30   수정 2022-01-10 10:31


검찰 손발 묶고 '특사경'으로 자본시장범죄 막을 수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자본시장관련 대표정책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 확대다. 증시 사기꾼들을 퇴출시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특사경 강화를 외친다. "특사경이 현재 20여명인데 20배는 늘려서 500명은 돼야 한다" "특사경을 수백명으로 늘려 주가조작이나 펀드사기는 꿈도 못 꾸게 해야한다"는 식이다.

여당 대선후보의 관심을 반영해서인지 금융위원회는 1분기 중에 특사경 규모를 16명에서 31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두 주 전에 발표했다. 자본시장 특사경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2019년 7월 출범한 조직이다. 특사경은 압수수색, 통신조회 등의 수사권을 특혜 부여만는 만큼 금융위원회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대상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지명한다. 따라서 '특사경 500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마도 이 후보가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상시감시' 등을 특사경 업무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은 당연한 방향인데도 여당 대선 후보의 '특사경 20배 확충 공약'은 씁쓸하다. 전문성을 갖춘 특수수사 검사들로 구성된 서울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여당이 전격 해체한 게 불과 2년 전 일이어서다.

합수단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를 축소하고 2015년에 설치한 전문수사조직으로 큰 성과를 거둬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하지만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검찰개혁"이라면서 느닷없이 합수단을 해체했다. 증권범죄가 활개칠 것이란 우려가 압도적이었지만 '합수단이 오히려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엉뚱한 이유까지 갖다붙여 기어코 해체를 밀어붙였다. 너무 비상식적인 조치이다보니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전 장관 수사팀'에 합수단 소속 검사가 파견간 것이 폐지 이유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합수단 해체의 부작용은 금방 나타났다. 합수단 폐지소식이 전해진 날 합수단 수사선상에 올랐던 종목 주가가 하루에 10~20%씩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상상인그룹,신라젠,라임·옵티머스 펀드사태 등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대형 사기범죄 수사는 일제히 용두사미가 됐다. '희대의 펀드사기'로 불린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이름이 오르내린 여권 '빅샷'들은 서면조사 등 형식적 수사 끝에 일제히 무혐의 처분됐다. 혐의가 너무 분명해 봐주기 힘든 청와대 전 행정관 1명에 대한 처리만 미적대고 있는 게 이후 수사의 초라한 현주소다.

그렇게 주요 수사가 마무리되자 법무부의 느닷없는 행보는 재연됐다. 작년 9월 합수단이 폐지된 남부지검에 불과 1년여만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을 새로 만든 것이다. 자신이 막무가내로 없앤 조직을 '꼭 필요하다'며 다시 만드는 이해하기 힘든 조치다. "글로벌 위상에 맞게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협력단 출범식 치사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협력단이 설치됐지만 예전 '여의도 저승사자'의 위용은 없다. 합수단과 달리 협력단 검사들은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 검사는 검찰 수사관과 특사경을 지휘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할 뿐이다. 실제 수사는 검찰수사관과 파견 직원들 몫이다.
금융증권범죄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특사경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특사경은 수사 대상부터 제한적이다. 패스트트랙(증권선물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긴급 이첩) 사건이 중심이다. 앞으로는 증선위 고발·통보 사건도 수사대상으로 삼겠다지만 여전히 검사의 엄격한 지휘아래 통제된다.

이런 구조라면 그저그런 사건에서 피래미를 잡는 것이라면 몰라도 권력형 범죄에 대처하기는 역부족이다. 거악 수사의 의지가 있다면 여당은 특사경 확대라는 땜질처방에 그쳐서는 안된다. 과거 합수단을 대체할 수 있는 유능한 조직을 부활시켜 결자해지하는 것이 공약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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