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장수국 한국, 건강수명 관리해야

입력 2022-01-10 17:09   수정 2022-01-11 00:18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틀(2) 앓고 사흘째(3) 죽는(4)다.”

많은 한국인이 바라는 ‘웰 다잉(well dying)’의 모습이다. 원래는 ‘7788234’였는데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9988234’로 업그레이드됐다.

일본 사람들은 ‘PPK’를 바란다. ‘팔팔하게 데구루루’를 뜻하는 ‘피리피리 코로리(ピンピンコロリ)’의 첫 글자를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이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병치레하지 않고 천수를 다한다는 의미다.

단순한 수명 연장보다 죽기 직전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죽음의 질이 중시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0년부터 ‘건강수명’을 제창한 이유다. 건강수명이란 병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생활이 가능한 나이를 말한다. 한국과 일본도 2010년대 들어 정부 통계로 도입했다.
정부가 직접 챙기는 일본
일본 정부는 3년마다 건강수명을 조사한다. 지난달 최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2019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건강수명이 72.68세와 75.38세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16년보다 남성은 0.54세, 여성은 0.59세 늘었다.

기대수명과의 차이는 남성 8.73년, 여성 12.07년이었다. 처음 건강수명을 발표한 2013년 이후 평균수명과의 간격이 계속 줄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남녀 모두 건강수명을 75세 이상으로 늘려 평균수명과의 격차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정부가 국민의 수명까지 관리하고 나선 것은 건강수명이 국가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작년 7월 후생노동성은 노인복지시설의 간병 인력이 2040년에 약 69만 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도쿄 미나토구 같은 일부 도심지역의 간병인 유효구인배율(2021년 8월)은 48배에 달한다. 노인복지시설 48곳이 간병인 1명을 서로 모시려는 격이다.

간병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본에선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 이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의 인재 유출이 심각해지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은 간병 이직 여파로 일본 경제가 연간 6500억엔(약 6조7562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사실상 손놓고 있어
건강수명과 반비례하는 간병 인력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일본의 노동생산성과도 직결된다. 간병인의 월평균 급여는 28만8000엔으로 전체 평균보다 8만5000엔 적다. 일본 정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간병인 같은 저임금 업종의 근로자를 정보기술(IT) 같은 고임금 업종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2030년 일본에서는 IT 인재가 최대 79만 명 부족할 것이라고 경제산업성은 예상했다. 인구 감소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은 간병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IT 인재를 늘리는 게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과제로 꼽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성 80.5세, 여성 86.5세로 OECD 평균을 각각 2.6년, 3.3년 웃돈다. 반면 2018년 기준 건강수명은 66.3세로 여성의 경우 평균수명과의 차이가 20.2년에 달한다. 2012~2016년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65.7세에서 64.9세로 줄었다.

건강한 고령자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인적자원이기도 하다. 일본은 정책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없애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는 데 건강한 고령자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은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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