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선거 이후'가 더 걱정되는 대선

입력 2022-01-10 17:10   수정 2022-01-11 00:14

대통령 선거가 57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 입문 이후 미래 비전 제시는커녕 당내 혼선도 제대로 정리 못하는 리더십의 후보를 뽑거나, 아니면 자신의 약속을 장소에 따라 바꾸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전 국민 지원’ 포퓰리즘을 최고 정책이라고 강변하는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뽑는 최악의 대선이다. 일반 범부보다 더 나을 것 없는 1인 뽑기가 돼 버린 대선을 보며 한 평론가는 “대선 사상 가장 희망과 기대가 없는 우울한 대선”이라고 혹평했다.

국가의 미래 비전은 없고 얍삽한 표 계산의 득표 전략만 있는 선거다. 선대본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밤낮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촘촘하게 빠짐없이’ 지원할 수 있는 아이템 찾기가 대부분이다. ‘표 계산 마친 공약’을 ‘국민만 생각한 후보자의 약속’이라고 속이는 것이 선거 캠페인의 기본 속성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은 어디서 나오는지, 세금은 얼마나 더 걷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밝혀야 한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그래야 함에도 더불어민주당은 탈모약에 이어 가발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모(毛)퓰리즘이 심각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실제론 기발한 공약에 빼앗긴 표를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이고, 또 하나는 대선 과정의 부족주의화다. 부족주의화란 나라가 두 부족, 즉 여당후보 진영과 야당 후보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줄 세우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현상이다. 전쟁(선거)에서 승리한 부족이 모든 전리품을 차지하고 패배한 부족은 패배의 슬픔만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부족 전쟁의 진실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사회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통합의 지도자로 나설 정당성이 사라져버린다. 경쟁 상대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상대는 오직 5년 동안 절치부심 기다릴 뿐, 어떤 협력도 하지 않게 된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모두 지역화합과 사회통합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던 이유도 대선 과정에서 치유하기 힘든 극단의 부족 대결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도 여야 후보자는 반문연대 대 비문연합의 부족정치 이분법으로 고착화됐다.

선거가 사회 통합의 축제가 돼야 함에도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내 편·네 편으로 가르고 결국 나라를 두 동강 내는 선거로 발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 분열의 원인이 되는 현상은 최근 대통령제의 모범 국가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전대미문의 의회 난입과 폭력 사태를 가져왔음에도, 최근 한 미국 대학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71%가 여전히 조 바이든 승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이미 일그러진 대통령제가 돼 장점을 찾기 힘든 제도가 됐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임기의 안정’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완결로 이제 더 이상은 한국 대통령제에 적용하기 어렵다. 내각제화 현상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통령에의 권력에 열광하며 모인 팬덤이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제왕으로 옹립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다. 우리는 대통령제의 모순이 극대화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면 180석 이상의 여권 국회의석으로 거칠 것 없는 독주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야권이 권력을 교체한다 해도 국회 내 다수당이 민주당이니 중요 안건의 통과는 언감생심이다. 건건마다 민주당과 부딪힐 것이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라도 제때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추천 총리를 받는 연합정치가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대통령 선거가 진영 대결로 국가 분열의 원인이 되고, 대선 이후 지지자들에게 전리품 나눠주기로 부패의 온상이 되며, 대통령제의 장점인 임기 보장은 허물어져 내각제화되고, 대선 이후 정치가 독주 아니면 교착으로 결론이 나는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진정 난감하다. 하지만 새 대통령을 뽑아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민의 권리 행사는 중요하다. 일그러진 대통령제를 지속할지 여부를 국민 스스로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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