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둔 깐부 할배…"내 자신에게 처음 '괜찮은 놈'이라 말해"

입력 2022-01-10 17:41   수정 2022-01-11 01:48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씨(78·사진)가 79년 역사의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작품상, 주연배우 이정재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돼 아쉬움을 남겼다.

오씨는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 처음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올해로 세 번째 골든글로브에 도전한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은 치열한 경쟁 끝에 고배를 마셨다. 오씨는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가 됐다”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씨는 1963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줄곧 무대를 지키고 있는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리어왕’ ‘파우스트’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1987년부터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대학로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공연 이외에도 드라마 ‘선덕여왕’,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기대를 모았던 작품상은 ‘오징어 게임’ 대신 HBO의 ‘석세션’이 차지했다. 이정재도 ‘석세션’의 제러미 스트롱에게 남우주연상을 내줬다.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해온 골든글로브는 유난히 해외 작품과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경향을 보여 비난을 받아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도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을 줘 비판받았다.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도 골든글로브에선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해온 NBC를 비롯해 배우, 감독, 제작사 등이 일제히 시상식 보이콧에 나섰다. 이들의 불참으로 방송 생중계와 온라인 스트리밍도 없어졌다. 수상자 발표는 홈페이지와 SNS로만 이뤄졌다. 넷플릭스도 작품을 공식적으로 출품하진 않아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오영수 씨 등이 모두 시상식에 불참했다.

하지만 오씨의 이번 수상으로 K드라마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다수의 한국 배우와 감독들이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골든글로브에서도 수상자가 나와 몸값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배우가 처음 수상한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차별적 시선이 아직 남아 있지만 작은 균열이 생기면서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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