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호접지몽과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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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11 19:22   수정 2022-01-11 23:59

지난해 의원실 송년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모 방송 연말 시상식을 참조해, 개개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화면에서 상패를 공유하며 시상식도 했다. 각자 음료와 음식을 준비해서 본인의 사무실, 집, 카페 등의 장소에서 함께 즐겼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다리 게임을 통해 경품행사도 진행했는데 매우 흥미진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코로나19가 비대면 회의를 만든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 발달 상황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을 코로나19가 좀 더 당겼을 뿐이다. 최근에 ‘직방’이라는 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는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있던 본사를 없앴다고 한다. 모든 사무가 메타버스 안에서 이뤄져 경비 절감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단순히 재택근무 권장이 아니라 아예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도 오너가 직접 나와 메타버스 안에도 실제와 같은 공장을 만든 후 로봇 등을 연결해, 가상공간에 접속한 사용자가 실제 공장을 운용·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구상을 발표했다.

장자의 나비의 꿈(胡蝶之夢)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장자는 고리타분한 유교 사상에 반기를 들어 일찍이 만물은 하나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사상을 설파한 바 있다. 인간들이 잘나고 못나고 옳고 그른 것은 결국 모두 같은 것인데, 허상에 사로잡혀 편을 갈라 아옹다옹 싸운다는 것이다. 호접지몽에는 인생의 허망함이 담겨 있다.

메타버스가 호접지몽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의 허망함이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과 꿈을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본격화되면 가상의 공간에 우리 자신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부캐(부캐릭터)’를 가지게 된다.

이전에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나 자신은 하나였다면, 이제는 메타버스 안에서 방송인 유재석처럼 다양한 부캐를 가지고 생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보다 더 높은 가치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럼 나와 부캐, 즉 현실과 가상이 무엇이 진짜인지, 누가 나인지 구별이 더욱 안 될 것이다.

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소속이다. 직업병이 도져 직방처럼 메타버스 사무실만을 운영한다면, 세금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물리적 사무실의 주소로 세금을 부과하는 우리나라가, 주소가 온라인이라는 이유로 법인세를 부과하기 어렵다면 IT 강국이라 자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메타버스에 나의 부캐를 만들어 놓고 이런 고민을 대신 시킬 수는 없을까 또는 늘 만나면 쌈박질만 하는 국회에서 벗어나 아예 메타버스 안에 국회를 설치해 회의하고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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