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대출 중에서도 담보물이 가장 확실하고 부실 리스크가 작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단 열흘 사이에 은행별로 적게는 0.2%포인트, 많게는 0.7%포인트 넘게 오른 건 이례적인 일이다.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돈을 거둬들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시장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더 강화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주담대는 연 3%대 금리가 사라지고 최고 연 6%, 신용대출 금리도 연 5%를 넘어설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미 빚을 최대한 끌어쓴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물론 미래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의 문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일부 은행이 새해 들어 가산금리까지 대폭 올리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상승폭 이상으로 뛰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53%포인트 올렸다. 고정금리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는 2.60%에서 3.07%로 0.47%포인트,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는 2.80%에서 3.26%로 0.46%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4.03~4.84%에서 11일 연 4.17~5.58%로 시장금리 상승폭(0.3%포인트 안팎)보다 크게 올랐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더 빠듯해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4%대 초반으로 맞춰야 한다. 증가율이 연 6%대였던 지난해보다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우대금리를 복원함에 따라 가계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우려한 우리은행이 대출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의 대출 금리도 전방위 상승이 예상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특히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로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등 고금리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744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의 타격을 바로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75.5%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전국 가계의 이자 부담이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시장 안팎에선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1.7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최대 인상분인 0.75%포인트 오를 경우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10조원 가까이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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