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손보험 사기' 방치…보험료만 오른다

입력 2022-01-11 17:34   수정 2022-01-12 01:27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로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보건복지부와 일선 보건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료가 올 들어서만 평균 14% 오르는 등 애꿎은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 사기 신고 급증했지만…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상위 4개 사의 실손보험 사기 보건소 신고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492건(11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131건)의 네 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를 의도적으로 과잉 청구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으면서 주요 보험사마다 보건소 신고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를 단속해야 할 보건소 등은 현장 조사를 미루거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단순 경고로 마무리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4대 손보사의 보건소 신고 사후처리 결과 통계에 따르면 벌금이나 과태료 이상 처벌을 받은 건수는 단 21건으로 전체(631건)의 3.3%에 불과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가 479건으로 전체의 75.9%에 달했고, 단순 경고로 끝난 사례도 20.7%(131건)나 됐다.

실제 한 보험사가 도수치료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한 병원을 신고했지만 관할 보건소 측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홈페이지에 비급여 비용을 고시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한 병원에 대해서도 보건소 측은 “행정 지도를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홈페이지엔 관련 내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위법 혐의가 명백한데도 보건소가 오히려 병의원 측을 편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안과 병원은 백내장 수술을 한 뒤 이미 건보 급여에 포함된 인공수정체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부풀리다 적발됐다. 그러나 보험사의 신고를 받은 보건소 측은 “급여 심사와 관련된 내용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질의하라”고 답변했다. 정작 심평원 측에선 “인공수정체 비용은 실손보험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으나 지도 감독은 보건소 소관”이라고 다시 공을 넘겼고 이후 보건소 측은 “해당 병원이 건보에는 제대로 청구했다”며 “해당 내용은 (병원 측 주장대로) 영수증 발급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냈다.
선량한 가입자만 손해
보건소와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소극 행정 탓에 실손보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7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실손보험 적자(위험보험료-발생손해액)는 2019년 2조5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으로만 2조원에 달했다.

이 같은 피해는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몫이다. 올 들어 실손보험료는 평균 14.2% 인상됐다. 1세대(2009년 9월까지 가입)와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실손보험의 인상률은 16%로, 이들 상품은 4년 연속 보험료가 평균 9.9% 이상 올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이대로 가다간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만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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