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논란에서 드러난 정부의 속내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1-11 09:30   수정 2022-01-11 09:33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이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집행정지 인용)을 건 데 이어 7일엔 방역패스 전반에 대한 또 다른 효력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강조한 방역패스 관련 정책 의지와 논리에 여러 허점이 노출되면서 국민 신뢰가 오히려 땅으로 추락하고 있다. 생중계되듯 전해진 재판부와의 문답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정부는 지난 5일 방역패스 폐지론에 대해 "제도의 목적과 방역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경로를 막는 것보다 감염에 취약한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했다. 또 민생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거리두기를 대신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항고 이유도 같았다. 결국, 하루 전 법원 제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문제는 재판부가 7일 심문에서 "미접종자 나름대로 백신 부작용과 미접종 중 자신의 건강을 우선순위에 둬 선택할 것"이라고 봤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 접종의 편익과 미접종의 여러 불이익을 따져 판단할 텐데, 정부가 굳이 이런 상황에서 접종을 강제할 시급한 '공익'이 과연 있느냐고 법원은 다시 물었다. 논리가 군색해진 정부는 "미접종자 대응으로 의료계 대응이 많아진다"고 슬쩍 강조점을 틀었다. 미접종자를 보호할 '공익'의 실체가 없다는 점에 정부도 이의를 제기하진 못한 것이다. 다만, 6%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전체 중환자와 사망자의 53%를 차지한다며, 이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 위험이 크다고만 했다.

다시 정리해보면, 처음엔 미접종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가 중요하다고 했다가 나중에 가선 미접종자들 때문에 의료체계가 망가질 수 있어 방역패스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은 중환자 병상 확대 등 정부의 다른 사전 대비로 막아야 할 부분이란 점에서 미접종자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정부의 속마음은 다음 설명에서 명확해졌다. 복지부는 "거리두기를 더 강화하면 민생에 큰 영향을 준다. 방역패스를 도입하고 '작은 기본권 제약'을 통해 방역 상황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영업 제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접종자의 기본권에 일부 제약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 하루 확진자가 얼마 나오고, 위중증환자 수가 얼마로 변화했으며, 남은 병상은 얼마라고 하는 중요 변수를 정부가 컨트롤하고 싶은데, 미접종자들이 방해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미접종자들이 "그게 어떻게 작은 기본권 침해이냐"고 권리 구제를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방역패스에 대한 포괄적 효력정지 신청에 조만간 법원 판단이 나올 것이다. 법원이 4일 결정에서도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 비율을 갖고 방역패스를 강제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처럼 방역패스 정책 자체의 논리적 정합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정부는 방역패스를 실시해보니 확진자가 실제로 얼마가 줄어들었다는 데이터에만 기대 이런 문제를 가려보려 한다.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어버이 국가' 같은 애초 주장부터가 문제였다. 누가 들어도 동의하기 어려운 명분을 가져다 대는 바람에 정부 체면만 구겼다. K방역의 실체가 국민 건강 우선이 아닐 것이란 '정치 방역' 심증만 굳혔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 정부와 재판부의 질의응답을 다 지켜본 국민에게 정부가 어떻게 방역패스 협력을 요청할 수 있을까 싶다. 참으로 민망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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