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박영규 역사소설 '활인' 출간

입력 2022-01-12 17:38   수정 2022-01-12 23:57

활인원(活人院)은 조선 시대 전염병 전담 기구였다. 서울 동소문과 서소문 밖에 있던 동·서 활인원은 역병 환자를 격리·치료하고 음식과 의복, 약 등을 나눠줬다. 1414년 태종은 왜 고려 때부터 있었던 이 의료기관의 이름을 대비원(大悲院)에서 활인원으로 바꿨을까.

불교적인 색채를 지우려 했다고 태종실록은 설명하지만 대중 역사서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사진)는 새로운 상상력을 가미한다.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활인》(상·하, 교유서가)에서 그는 의술을 행하던 승려 탄선이 활인원의 이름을 바꾸려는 이방원에게 활인원이란 이름을 건의했다고 설명한다. 소설의 이 장면에 핵심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종교도 학문도 정치도 모두 사람 살리는 것이 목적이 돼야 했다. 물론 부처나 임금이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나라도 무기도 학문도 문자도 의술도 집도 밭도 논도 죄다 사람이 생존을 위해 고안한 도구였다.”

소설은 태종·세종 시절 역병 퇴치에 앞장섰던 의승 탄선, 조선 전기 가장 위대한 의사였던 노중례, 소헌왕후(세종의 부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의녀 소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책은 추리극의 요소를 가미해 독자들이 계속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탄선은 임금이나 왕족을 치료하는 고려의 태의였지만 왕조가 바뀌자 벼슬을 내려놓고 출가한다. 노중례는 16세에 생원시 장원까지 한 양반집 자제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인 누명을 쓰고 죽은 뒤 천민으로 전락해 시신을 검시하는 오작인이 됐고, 우연히 탄선을 만나 제자가 된다. 소비는 어릴 때 무녀의 집에 버려졌다가 의녀로 성장했다. 여기에 조선 왕실에 잘 보여 태의에 오른 양홍달, 모략으로 한 집안을 몰살시킨 동지총제 정재술 등이 대비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서로 무관해 보였던 인물들이지만, 인연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면서 그들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작가는 “등장인물 대부분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몇 글자, 몇 줄로만 남아있는 게 안타까워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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