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이 자국 기업에 소송 거는 나라 또 있을까

입력 2022-01-12 17:18   수정 2022-01-13 07:25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강화 방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철강사 등 20여 곳에 과거 담합 등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벌금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 질의서를 보내 답변까지 받았다. 내달 주주대표소송제의 창구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기로 한 데 맞춰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해외 어디서도 공적연금이 자국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방침이 적절한지 재검토와 함께 소송 남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연금의 소송 전담창구가 될 수탁위는 기금운용본부와는 달리 민간 위원들이 주축이 된 비상설기구다. 전문성이 떨어져 그때그때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계가 기금운용에 책임을 지지 않는 수탁위가 소송을 남발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업 관련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소송비용은 고스란히 가입자인 국민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낸다는 자체만으로 기업 평판을 악화시켜 주주도 손해를 보게 된다. 기업경영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주주와 가입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소지가 다분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내는 것이 적절한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이미 주주총회에서 적극적 의결권 행사로 충분히 기업을 견제하고 있다. 작년 1~10월 747차례 주총에 참석해 3319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주주가 기업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주주대표소송은 헤지펀드들이 기업을 공격할 때 활용하는 수단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60여 곳의 상장사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장사의 경우 0.01% 이상의 지분만 있어도 소송이 가능해 거의 모든 상장사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법 적용 행위도 ‘이사 등이 기업에 대해 부담하는 모든 책임’으로 규정돼, 회사의 모든 경영활동이 해당된다. 기업 경영진의 보신주의를 조장할뿐더러 ‘기업 벌주기’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은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설령 시행하더라도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곳에서 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고, 패소 시 책임 추궁 등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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