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무엇일까요? 김영하 작가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죠. 김 작가의 말처럼 경북 포항에 최근 아찔하면서도 마법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조형물이 들어섰습니다.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인데요. 이곳을 걸으며 올해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원해보면 어떨까요.
스페이스 워크는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인다.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포항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 계단을 걸을 때는 영일만 바다 위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현재 평일 하루 6시간, 주말·공휴일 7시간으로 제한 운영하고 있지만,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체험형 ‘뷰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7일까지 방문객이 11만 명을 돌파했다. 롤러코스터만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출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오가는 방문객들의 동선이 겹친다. 이 때문에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법정 기준 이상의 풍속과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시 수용 인원을 250명 이내로 제한해 인원 초과 땐 출입 차단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 ‘타이거 앤드 터틀 - 매직 마운틴(Tiger & Turtle - Magic Mountain)’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 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는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 워크를 직접 만들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대형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은 “스페이스 워크 건립 사업은 시민들의 의견을 포항시와 포스코가 적극 수렴해 공동으로 추진한 공공 미술사업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밤에 더 아름답다. 영일만 일몰이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 모든 관람객이 스페이스 워크에서 내려오자 눈부신 조명이 들어왔다. 스페이스 워크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처럼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스페이스 워크 건너편 포스코 산업단지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함께 눈부신 빛의 오케스트라가 고요한 연주를 시작했다.
호미곶 광장 '상생의 손'
호미곶해맞이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은 스페이스 워크가 생기기 전까지 오랫동안 포항을 대표하는 조형물이었다. 1999년 6월 제작에 착수해 12월에 완공된 작품으로, 새천년을 축하하며 희망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뜻을 담았다. 호미곶해맞이 광장이 유명한 일출명소여서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해를 담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포항=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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