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책 읽기가 두렵다면…

입력 2022-01-13 18:04   수정 2022-01-14 02:14

새해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먼저 책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책에 대해 알게 되면 다른 책에도 흥미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이시한 지음, 비즈니스북스)은 책 전문 유튜버의 ‘책 재미있게 읽기’ 안내서다. 가장 중요한 건 책 읽기에 대한 부담을 버리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책에 재미를 붙이는 일곱 가지 방법’ 중 첫 번째가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다. 저자에 따르면 책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다. 책에서 교훈이나 정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한 권 다 읽고 다음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도 되고, 눈길이 가는 책이 있으면 우선 사 놓으라고 말한다.

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도 들려준다.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 그런 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작가가 살아있을 땐 빛을 보지 못했다.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 역시 부고 기사에 단지 ‘문단 활동을 했던 시민’이라고만 소개됐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당시 유명 작가이긴 했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처럼 널리 읽힌 책은 아니었고, 2차 세계대전 참전 미군을 위한 진중문고로 선정되면서 재조명을 받게됐다. 잘 쓰인 과학책은 인문학을 품고 있다고도 말한다. 단순히 과학적 지식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운명, 책을 탐하다》(윤길수 지음, 궁리)는 한 장서가의 50년 탐서(耽書) 생활을 담았다. 책 수집가에게 중요한 희귀본을 꼽아보라고 하면,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1925)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2011년 등록문화재가 된 이 책을 소장한 이가 바로 윤길수 씨다. 최초의 양장본으로 거론되는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정지용 시집》(1935), 김기림의 《기상도》(1936), 이광수의 《무정》(1925) 등도 그의 소장 목록에 들어 있다.

초등학교 때 시골을 떠나 서울로 유학갔던 그에게 책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당시엔 헌책방이 많았는데 중학교 때부터 용돈을 털어 희귀 서적을 모으게 됐다고 한다. 한 번은 헌책방에 들어가 “정지용 시집 있어요? 임화의 현해탄 있어요?”라고 물었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북으로 넘어간 작가의 책이라 금서였고, 종로경찰서 형사가 보낸 프락치로 오해받은 탓이었다. 저자는 책이 읽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내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종이 재질, 활자, 디자인, 제작 방식 등 책의 물성 역시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것. 그래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대에도 종이책의 운명은 영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을 불태우다》(리처드 오벤든 지음, 책과함께)는 우리가 지금 향유하는 지식과 문화가 쉽게 전해지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도서관은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영국 옥스퍼드대 도서관도 중세시대 종교혁명 당시 신교도 공격을 받아 장서의 96.4%를 잃었다. 지금의 옥스퍼드대 도서관은 토머스 보들리(1545~1613)가 사재를 털어 도서관 재건 프로젝트에 나선 결과물이다. 1814년엔 영국이 미국을 침공하면서 미국 의회도서관을 불태웠고, 1992년엔 보스니아 전역의 도서관과 기록관이 세르비아군 공격에 파괴됐다.

저자는 책 말미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사회적 기록은 온라인을 통해 생성되는데, 이를 누가 보존할 것인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사기업에 맡겨 놓아도 될 것인가.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지금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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