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미인대회' 이론으로 본 대선 판세

입력 2022-01-13 17:30   수정 2022-01-14 00:12

새해 들어 대선 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시장처럼 예측불허 장세다. 이재명 후보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 그 와중에 안철수 후보가 급부상하고 있다. 다자대결, 야권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변하는 것을 주식시장에 빗대 풀어보자면, 펀더멘털보다 외부 요인에 더 좌우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 등 기초체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게 아니라 일시적인 수급이나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대형주(株) 윤석열의 급락세는 구설에 오른 최고경영자의 헛발질 사과와 경영진 내분을 보고 뿔난 기관투자가들이 ‘팔자’로 응징한 꼴이다. 바닥에서 기고 있던 안철수의 급등세는 대형주에 대한 실망매물이 ‘저평가 가치주(?)’로 매기(買氣)가 옮겨붙은 양상과 같다. 또 다른 대형주 이재명은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을 고수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장기투자자들이 버티고 있어 주가변동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현재 시장참여자들의 15~20%는 관망세다. 마땅히 살 만한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장세가 불안할 때 현금을 갖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투자전략이다. 현금보유는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의 매수세 향방이 결국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일 것이다.

선거도 그렇지만 주식시장도 생물이라고 한다.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예측불허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주식도 한순간에 꺾인다. 한때 2030의 ‘최애주’였던 카카오 관련주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의 민심을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종목도 한번 바람을 타면 단번에 주도주로 부상한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이 그런 케이스다.

주가가 장기 추세선 아래로 무너질 것 같으면 조심해야 한다. 단기간에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그 추세선이 오히려 저항선이 될 수 있다. 작년 말 윤석열이 추세선을 이탈해 대세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경영진 분쟁 해소,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으로 반등 기미가 보이고 있다. 다시 주도주로 나서려면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재명은 안정적이지만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게 문제다. 한 단계 레벨업(지지율 40% 돌파)하려면 모멘텀이 필요하다.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골프장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기가 막힌 공약까지 쏟아내고 있다. 표를 구걸하는 듯한 ‘소확행 공약’이 2030 개미들의 신규 매수세를 이끌어낼지는 두고봐야 한다.

선거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미인대회’ 성격이 강하다. 주식투자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고 설파했다. 미인대회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눈에 예쁘게 보이는 참가자에게 투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예쁘다고 판단할 사람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승자를 맞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자신이 우량하다고 판단한 주식보다는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종목을 골라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미인대회 이론의 요지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따라가지만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다”라고 했다. 증시에서 ‘시장 컨센서스’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까닭이다.

선거 유권자들도 미인대회 심사위원처럼 각자의 심미안을 접어두고 시장 컨센서스, 즉 대세를 따를 때가 많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발동해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하려는 경향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는 결국 바람에 좌우된다. 바람은 민심이고, 시대정신을 의미한다. 누가 2022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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