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조이(JOY)’인 이유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

입력 2022-01-17 09:01   수정 2022-01-17 09:03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회사에서 나의 이름은 조이(Joy), 회사에 합류하는 시점에 즉흥적으로 나 자신에게 부여한 이름이다. 내 이름이 ‘기쁨’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전 회사 동료들이 나를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여겨 지어준 소중한 별명을 감사히 계승하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새 회사를 향한 나의 마음가짐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어서다.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싶었고, 동료들에게 기쁨이 되고 싶었다. 그런 소망을 담아 지었다. 소위 이름값 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이름값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름이라는 게 현상, 상태를 일컫기보단 하나의 소망 혹은 지향하는 태도에 가까운 것 아닐까 싶다. 이름에 대한 사족이 길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일하는 나’의 감정이다.

자신을 기쁨이 가득한 사람이라 포장했지만 나라고 매일 마냥 기쁘고 긍정적이진 않다. 하루하루가 기쁘다면 그건 미친 거겠지. 일을 하다 보면 사실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고, 속상한 일이 불쑥 나타난다. 그게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일 수도 있고, 내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일 수도 있고, 어떻게 손 쓰지 못할 상황일 수도 있다. 정말 어떤 날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세상을 원망할 때도 있고, 온갖 감정을 끌어 모아 동네방네 투정 부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진짜로 투정 부린 경험도 있었고, 말실수를 한 날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면 그런 사사로운 감정은 대부분 사라지고 나 답지 못하게 행동한 민망함만 남았다.

이런 사이클을 무한 반복하고 나니 얻은 깨달음이 한 가지 있다. 첫째, 이미 벌어진 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의 감정, 그러니까 순간의 감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직장이든 일상이든 날뛰는 내 감정을 좀 돌봐 주기로 했다. 감정을 숨기자, 피하자,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단은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찰나의 시간이지만 유체이탈하듯 현재 내 모습을 관찰해보고,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나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알아차린다면 그 다음은 나의 선택의 문제다.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지, 아니면 내가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줄지 잠시 멈춰 한 번 선택해보는 거다. 어렵지만 계속 시도해본다. 감정에 끌려 다니지 말고, 감정을 직접 마주한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그러면 어느 순간 깨닫는다. 감정은 내가 아니고, 그저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왜 감정을 돌봐야 할까.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니까?’ 뭐, 맞는 말이다. 감정이란 롤러코스터에 요동치며 있는 그대로 표출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주변 사람, 즉 직장에서는 동료이자, 밖에서는 친한 친구, 집에서는 가족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감정 돌보는 이유는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즉, 내가 나 답게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왜곡 없이 상대방에게 전하고, 정말 솔직해야 하는 순간에 솔직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내 감정을 돌보는 목적이다. 나는 정말 오래오래 나 다운 모습을 잃지 않으며 삶을 살아가고 싶으니까.

이런 연습도 힘들 때가 참 많다. 정말 마음에 여유란 여유가 바닥날 때, 그리고 연습을 할 만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말이다. 그럴 때면 지구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지독히도 처연하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해봐서 일까. 나의 경험은 자연스레 주변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나는 선수 치고 싶다. 아니, 주변인들에게 품앗이를 제안하고 싶다. 더불어 긍정적인 삶을 살자고 말이다. 나도 100% 이름값을 하며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다. 내 마음 여유가 바닥날 때, 그때는 내 주변 동료들이 나를 도와주겠지. 고군분투의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에너지가 더 충만해진 느낌이다. 이름값은 정말 어렵지만, 올해는 정말 스스로 부여한 이름, 조이처럼 살아보려고 한다.
이름 한번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이다.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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