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귀재' 일본전산, 2달 간 OKK 주가 3배 올린 비결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입력 2022-01-18 11:05   수정 2022-01-18 11:0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 주 하나의 일본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 다룰 종목은 일본전산이 매수한 공작기계업체 OKK(종목번호 6205)를 통해 일본전산(종목번호 6594)까지 알아봅니다.



'67승 0패'. 일본전산(종목번호 6594)의 인수합병(M&A) 실적이다. 모터계의 강자인 일본전산은 경쟁사와의 차이를 빠르고 더 크게 벌려놓기 위해 전략적으로 M&A를 구사한다. 이 전략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1973년 자택 한 켠 헛간에서 시작된 일본전산이 시가총액 7조엔의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이유다.

일본전산이 인수하기로 한 OKK(종목번호 6205)의 주가가 연초 이후 급등 중이다. 그간의 승률을 감안하면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던 OKK를 일본전산이라면 환골탈태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OKK의 변화는 일본전산의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일본전산은 왜 OKK를 샀고 이 전략은 또 다른 성공을 안겨줄 수 있을까.
○빈사상태 OKK 매수한 일본전산
17일 동경증권거래소에서 OKK는 7.43% 오른 1315엔에 장을 마쳤다. 연초 이후로만 29%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증가에도 꿈쩍 않던 OKK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11월 18일부터 OKK의 주가는 무려 3.4배나 올랐다.

OKK는 중소형 머시닝센터에 강점을 가진 100년 된 기업이다. 머시닝센터는 부품에 구멍을 뚫거나 면을 깎는 등 다양한 가공이 가능한 만능 기계로 부품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좋은 물건을 만들 줄 아는 회사로 소문이 자자했으나 재무상태가 엉망이었다. 2007년만 해도 58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던 OKK는 글로벌화에 실패하면서 적자신세가 됐다. 주가도 2007년 대비 4분의 1토막이 났다. 심지어 작년엔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한 게 밝혀져 상장폐지 문턱에도 갔다. 그런 OKK에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바로 일본전산이었다. 지난해 11월 18일 일본전산이 OKK의 전격인수를 발표하면서 반전을 맞이한다.

일본전산에 대한 시장의 강한 신뢰가 OKK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나 다름없다. 1984년부터 OKK 이전까지 총 67개 회사를 M&A한 일본전산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일본전산 창업자이자 회장인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M&A를 통해 기업 간 시너지를 키우는 데 능하고 피인수기업의 재무상태를 V자 회복시키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M&A 하기 전 피인수기업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낭비가 없나 살펴볼 정도로 코스트관리에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방만하게 경영해 온 OKK가 일본전산 덕에 재무상태도 탄탄해지고 글로벌화에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작기계社 매수해 전기차 모터사업 경쟁력 제고
그렇다면 일본전산은 왜 하필 OKK를 샀을까. 이는 일본전산 M&A의 원칙을 보면 추측 가능하다. 일본전산은 자신의 M&A 방식을 '하이브리드 방식'이라고 칭한다. 예를들어 한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를 500억엔에 사고 설치와 수리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50억엔에 사면 부품 제조부터 A/S까지 모든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1000억엔의 가치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경쟁자와 격차를 벌려 놓기 위해선 M&A를 통해 '시간을 사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터제조업의 강자인 일본전산은 최근 전기차 모터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모터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주하려면 부품의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부품 내재화엔 공작기계 분야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모터의 주요부품을 얼마나 섬세하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본전산은 지난해 8월 미츠비시중공업으로부터 공작기계 부문(현재 일본전산머신툴로 사명변경)을 매수해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취득했다. 다만 이 회사는 대형 머시닝센터만 주로 갖고 있었기에 중소형 머시닝센터에 강점을 가진 OKK를 매수해서 중소형부터 대형 라인업을 모두 갖추려 한 것이다. 이로써 일본전산은 다양한 기계에 대응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일본전산은 공작기계업체 두 곳을 M&A한 이후 500억을 들여 공장을 신설, 전기차 톱니바퀴를 가공하는 공작기계를 증산했다.

일본전산은 연초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타격을 받아 주가가 약 10% 내렸다. 2020년 73% 오른데 이어 2021년엔 4% 횡보하다 올 초 주가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창업자인 나가모리가 사장 자리를 세키 쥰에게 넘기면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9월 일본전산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902억엔이었으나 창업자가 퇴진시 요구했던 950억엔의 영업이익엔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춘 것도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꾸준히 실적은 성장 중이다. 지난해 4월~오는 3월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1조8000억엔,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5% 늘어난 1900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OKK의 주가 상승에서 보듯 증권가는 일본전산의 미래 자체는 밝다고 본다. OKK를 환골탈태 시키면 높아진 경쟁력 만큼 일본전산 역시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골드만삭스 역시 일본전산의 목표주가를 1만5100엔에서 1만6000엔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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