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강판으로 '전기차 심장' 빚어낸 포스코

입력 2022-01-18 17:09   수정 2022-01-26 15:45

지난 17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3전기강판공장은 기계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개당 30t에 달하는 열연코일이 마치 두루마리 휴지가 풀리듯 생산라인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특수 제작한 롤러로 왕복 6회를 밀어내는 냉간압연 공정을 거치자 열연강판은 두께 0.2㎜의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NO’로 재탄생했다. 김재훈 포스코 수석연구원은 “얼마나 얇게 만드는지가 기술력”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1조원 투자해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
포스코는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 10만t인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0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작년 11월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이 철강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추진한 투자 중 최대 규모다.

구동모터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40만t은 작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2.5배에 달하는 전기차 800만 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2030년엔 전체 차량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규소를 약 1~4% 함유하고 있는 전기강판은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지닌 특수 고급 강판이다. 강판 내부의 결정이 제각각의 방향을 띠는 무방향성 전기강판(NO)과 일정한 방향성이 있어 자기적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인 방향성 전기강판(GO)로 나뉜다. NO는 발전기와 모터 등 회전이 필요한 부품에 주로 쓰인다. GO는 회전 없이 한 방향으로의 에너지 전달이 필요한 변압기 등에 활용된다.

포스코는 2018년 기존 무방향성 전기강판 성능을 한층 강화한 하이퍼NO를 개발했다. 포스코는 하이퍼NO를 최소 0.15㎜ 두께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췄다. 양산 두께는 0.2㎜로 일반 전기강판 두께(0.5~0.65㎜)의 절반 이하다.

구동모터의 핵심 부품인 모터코어는 NO를 층층이 쌓아 붙여 만든다. 강판의 두께가 얇을수록 틈 없이 수십 장을 쌓을 수 있어 구동모터 회전 시 마찰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줄어든다. 김 수석연구원은 “하이퍼NO는 일반 강판에 비해 에너지 손실을 30% 이상 줄였다”며 “자체 개발한 특수코팅 공법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이 만든 성장산업 선점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쇳물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철강 밸류체인을 재편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만드는 무탄소 공법인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2050년까지 완료하는 게 핵심 목표다.

제품 측면에선 전기강판뿐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차 소재를 생산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스코는 이미 2017년부터 5000억원을 투자해 초고강도경량강판 ‘기가스틸’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기가스틸은 차량 경량화가 시급한 전기차의 차체, 섀시 등에 쓰인다.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에선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음극재도 생산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용 특수강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설비용 도금강판, 풍력타워·하부구조물용 후판, 수소배관·고압용기용 열연강판 등도 개발해 사업화했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의 성장이 곧 포스코의 성장이 되도록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이덕락 포스코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은 기술력”이라며 “연구개발(R&D)를 통해 쇳물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압도적인 품질을 갖춘 제품들로 친환경 밸류체인을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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