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제재 두렵지 않다"…외환곳간 꽉 채운 러시아

입력 2022-01-19 17:24   수정 2022-02-18 00:02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휘청이는 글로벌 경제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불거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다. 러시아는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서방의 제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정세 속에 러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해외 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적 요새화’ 전략을 통해 서방 국가 제재를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금지 등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접경 서부 지역에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북쪽의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파견한 러시아는 내달 중순 양국 연합군사훈련을 예고하고 있다. 여차하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1일 만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최후의 담판’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이 논의 중인 러시아 제재 수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끄떡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요새화 전략 덕분이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자국의 경제 시스템을 ‘탈(脫)달러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러시아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은 2015년 말부터 70% 이상 급증해 현재 6306억달러(약 752조원)가 됐다. 지난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달러 보유량은 2020년 6월 22.2%에서 지난해 16.4%로 줄어들었다. 나머지는 유로화, 금, 위안화 등으로 채워졌다.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도 낮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러시아 국채 투자를 금지한 이후 러시아 국채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20%로 떨어졌다. 러시아 기업의 해외 금융회사 대출 규모도 2014년 3월 1500억달러였던 것이 지난해 800억달러로 급감했다.

FT는 “2013년 이후 세계 경제가 연평균 3%씩 성장하는 동안 러시아 성장률은 연평균 0.8%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리아 샤기나 객원연구원은 “러시아의 경제적 요새화 전략은 안정을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하는 ‘포스트 소련’식 안정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해외 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동안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원유 수입량의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 중단 등으로 보복에 나설 경우 서방 국가의 제재가 역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러시아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이날 러시아 증시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MOEX) 지수는 6.5% 떨어졌고,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0.9% 하락한 76.7루블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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