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표 1조원 청년대출…경기도 '은행 동원령'

입력 2022-01-20 17:15   수정 2022-01-21 12: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한 ‘청년 기본금융’이 결국 은행의 ‘팔 비틀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의 친정인 경기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본대출’ 시행 계획에 따르면 총 1조원의 대출 재원 가운데 95%에 달하는 9500억원을 은행이 모두 부담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도 “여당 대선 후보가 내건 공약의 ‘시범 사업’이나 다름없는데 거부할 수 있겠냐”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날 은행연합회를 통해 국내 18개 은행에 ‘경기도 청년기본금융 사업 예비설명회 참석 요청’ 공문을 보냈다. 주요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국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총망라됐다. 경기도는 오는 27일 예정된 설명회 일정을 공지하고 은행별로 참석 여부와 참석자를 21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각 은행 개인금융 및 상품 관련 부서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공약한 기본금융은 ‘기본대출’과 ‘기본저축’을 두 축으로 한다. 기본대출은 20~30대 청년에게 소득과 자산, 신용을 따지지 않고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10~20년간 저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기본저축은 청년이 1인당 500만~1000만원 한도로 일반 수시입출식통장보다 높은 연 1%대 금리로 저축할 수 있는 특별예금이다. 대출 재원은 은행이 우선 출연하고 정부가 부실을 대비해 100% 보증을 서주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청년기본금융 사업도 이와 판박이다. 단 기본대출 금액(500만원 한도)과 대출 기간(최대 10년)을 줄이고 기본저축 한도는 추후에 정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 후보가 지사직을 사퇴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근거 조례도 신설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경기도 청년 기본금융 사업이 시행되면 이 후보가 약속한 ‘전 국민 기본금융’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은 이에 대해 “금융의 상식과 현실에 벗어나는 제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원 조달 방안부터 논란이 불가피하다. 경기도는 기본대출 공급 규모를 사업 첫해 1조원, 2026년까지 3조원으로 전망하고 대출 부실을 대비한 예산으로 500억원을 책정했다. 극단적인 부실 상황을 가정하면 은행이 나머지 9500억원에 대해 알아서 메워야 한다.

A은행 관계자는 “부도율을 5%로 가정하고 예산을 책정한 것인데, 지금도 은행이 운영하는 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10% 수준”이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설계”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100% 보증 담보대출이라면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기본대출을 안 갚아 생긴 빚을 정부가 메우든 은행이 메우든 결국 국민과 소비자의 돈인데 ‘쌈짓돈’처럼 쓰는 게 맞느냐”고 했다. 조건 없는 대출로 수조원이 풀리면 물가 상승,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지역 간 역차별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전국의 은행 소비자가 맡긴 예금을 종잣돈으로 경기도 청년에게만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구조 때문이다. 은행업 감독규정 78조는 ‘은행이 대출을 운용할 때 지역 간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실제 시행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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