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포모'하는 시대…좋은 상품 고르는 법 [신민경의 롤링페이퍼]

입력 2022-01-23 07:33   수정 2022-01-23 07:34

'ETF도 포모하는 시대.'

작년 봄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제목의 리포트를 냈습니다. "다들 돈 버는데 나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겨냥해 최신 트렌드만 반영한 '포모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전한 겁니다. 약 1년이 흐른 지금 이 제목은 글자 그대로 '포모 증후군이 ETF 투자 열풍을 이끌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연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에게 'ETF'라는 알파벳 세 글자가 익숙하게 읽히는 시대가 됐습니다. ETF란 특정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입니다. 최소 10개의 종목에 소액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어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은 편입니다. 변동성이 컸던 2021년 증시에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장점을 모두 가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게 '좋은 ETF'일지 여전히 미궁 속인 투자자들이 많을 겁니다. 대마초 ETF가 한때 미국 시장에서 분기 수익률 1위에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이른바 '착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은 아닐 듯한데요. 투자자에게 좋은 ETF란 오히려 수익률이 착한 상품일 겁니다.

이런 가운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 13일 개최한 '2022 디지털 금융투자 포럼'에선 '좋은 ETF를 찾는 방법'을 주제로 한 세션이 열렸습니다.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김종협 키움운용 퀀트운용본부 부본부장은 "투자자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게 '좋은 ETF'"라는 현답을 내놨습니다.

김 부본부장은 투자할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채권에는 투자한 뒤 원금 회수하는 기간을 뜻하는 '듀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 민감도가 높은 데다 주식 등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자산에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짧은 듀레이션은 금리 민감도가 낮고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자금의 성격을 통해 어떤 수준의 변동성에 투자해야 하는지 파악했다면 상품을 골라볼까요? 큰 변동성에 투자해도 되는 자금이고 절대수익(시장 상황 관계 없이 플러스 수익률)을 원한다면 거래량이 많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수에서 '거래량이 많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고르면 됩니다.

김 부본부장은 "ETF는 일반 투자자가 편히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자(LP)를 두는데 이들이 제공하는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는 0.1% 정도로 미세하다. 거래가 많아질수록 그 사이에 일반 투자자들이 호가를 대서 스프레드가 더 촘촘해진다"라며 "높은 변동성의 ETF를 거래할 땐 거래량이 활발해 LP호가 외의 호가들도 여럿 제시되는 상황이 심적으로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중장기 투자에선 호가나 거래량보다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이 관건입니다. 대표지수에 투자할지, 테마에 투자할지 등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테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있는 업종과 관련한 ETF들의 가격추이와 변동성을 살펴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다만 중장기 투자의 경우 투자기간 내내 절대수익을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대수익률'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쉽게 말해, 내가 옆집보다 더 벌었는가 혹은 더 손해봤는가가 중요한 겁니다. 세계 4대 지수 중 하나인 MSCI지수의 수익률보다 내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을 경우 그 수익률이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간에 돈을 벌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김 부본부장은 "장기 포트폴리오의 절반 정도는 대표지수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표지수로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투자기간 동안 다른 국가보다 상황이 좋을 것 같은 국가를 찾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성장률과 기업이익 성장도 양호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유동성 공급이 줄면 통상 신흥국의 환율은 부진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비중을 높이고 신흥국의 비중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기저효과와 경제재개로 인한 강세가 예상되는 데다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전환에 대한 수혜가 전망되는 만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김 부본부장은 조언했습니다.

어떤 테마를 선택할지도 난제입니다. 김 본부장은 투자기간에 따라 테마를 추려보는 전략을 권했습니다. 단기에 큰 성과를 얻고 싶다면 자율주행과 전기차, 리튬, 2차전지, 메타버스 ETF 등과 같은 '좁은 테마'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명 '밈(Meme) 테마'라고도 불리는 것들입니다. 좁은 테마는 수급의 특성상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고 단기 고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한편 장기 투자를 원하는 경우 각 세부영역을 아우르는 '넓은 테마'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메타버스 대신 4차산업혁명 ETF를, 전기차 ETF 대신 모빌리티 ETF를 고르는 것입니다. 이 경우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금씩 모아가는 게 유리합니다.

김 부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해줄 조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메타버스 같은 좁은 테마들은 장기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고 지엽적인 테마로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긴 안목으로 메가 트렌드에 편승한다면 높이 나는 새처럼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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