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적은 간부"…이런 말 왜 생겨난 걸까? [이슈+]

입력 2022-01-23 14:14   수정 2022-01-23 14:16


"주적은 간부"

더불어민주당의 한 청년대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었다가 결국 해촉까지 이르게 된 말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적은 북한"이라는 단문 메시지를 내자, 이를 맞받아치고자 작성한 글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 국가'이기 때문에 "주적은 북한"이란 말은 의미상 틀리지 않습니다. 북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군이 즉각적인 대비 태세를 갖추고, 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에 훈련을 반복하는 이유도 주적인 북한이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공당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는 자체를 옹호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전·현직 군인(특히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주적은 간부'라는 말은 사실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부사관과 장교를 통틀어 간부로 칭하겠습니다. 모든 사병과 간부들이 그렇진 않을 테지만, 대개 사병들은 일부 간부들이 본인을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툭하면 막말을 내뱉고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을 때, 그 불만은 더욱 커집니다.

기자가 복무할 때는 '수명 1년 9개월짜리 건전지가 된 기분'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충분한 휴식 여건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무리한 근무를 하게 되면 터져 나오는 불만입니다. 특히 전역일이 다가오는 고참일수록 간부에 대한 불만은 가중되곤 합니다. "말년에 진지 공사라니!" 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이기도 합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이 해촉 전 "주적은 간부라는 말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군의 대적관 교육에 대한 군복무 중인 사병들의 대답이었다", "보편적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라고 여겼다"고 한 건 그만큼 솔직한 해명입니다.

이런 말이 왜 생겨났을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그토록 '현실 고증'이 잘됐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사병들끼리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적어도 '주적은 선임', '주적은 후임', '주적은 동기'라는 말은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안타까운 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한 사병의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훈련 중 허리를 심하게 다쳐 정상적인 보행까지 어렵게 됐는데도, 주변 선·후임, 동기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속상한 내용입니다. 제보 사병은 "'쟤 꿀 빤다', '군 생활 편하게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나라 시민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적다는 비판을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대 갔다 온 우리도, 게다가 정작 군인들끼리도 서로 존경 안 하는데 누가 하겠냐." 이런 비판에는 항상 이런 '일침'이 달립니다.

결국 '주적은 간부'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도, 군인과 군인 사이의 존중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주적은 하나로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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