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부터 생선회까지…원산지는 단백질·줄기세포?

입력 2022-01-21 17:45   수정 2022-01-21 23:33

패스트푸드 체인점 KFC는 지난 10일부터 미국 전역 4000여 개 매장에서 대체육으로 만든 프라이드치킨 판매를 시작했다. 대체육 선도 기업 비욘드미트가 원료를 공급했다. 대체육은 콩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맛을 낸 인조 고기를 말한다. 콩 안의 단백질 ‘레그헤모글로빈’ 내 철분 함유 분자 ‘헴(heme)’이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실제 고기 맛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완벽한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대체육 기술이 ‘배양육’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논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기술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배양육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KISTI 관계자는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지구 온난화, 동물 학대 논란 등으로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19%가 가축 사육에서 발생한다.

배양육은 근육줄기세포 등을 배양하고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이를 스테이크, 햄버거 패티 등과 비슷하게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그런데 배양육도 사실 그다지 친환경적이진 않다. 줄기세포를 배양할 땐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호르몬을 두루 지닌 혈청을 넣는다. 줄기세포가 혈청 속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는 뜻이다.

배양육을 제조할 땐 ‘영양분의 보고(寶庫)’ 소태아혈청(FBS)이 필요하다. FBS를 쓰면 돼지·닭 등 가축은 물론 양식이 어려운 랍스터·킹크랩·영덕대게 등 해산물 배양육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FBS를 얻기 위해 세계적으로 150만여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육을 만든다며 소를 다시 키우는 모순이 생긴다. 가격도 문제다. FBS는 500㎎이 7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비용, 안전성 문제 등으로 세계에서 배양육이 시판되는 곳은 아직 싱가포르 한 곳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국내 스타트업이 셀미트다. 이 회사는 최근 FBS를 사용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키울 수 있는 무혈청 세포배양액 ‘CSF-A1’ 개발에 성공했다. 육류·해산물 줄기세포가 FBS를 먹고 자라는 양상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게 핵심 기술이다. 줄기세포가 자랄 때 언제, 얼마나 아미노산·지방산·비타민 등을 필요로 하는지 포착해 신개념 영양제를 개발한 것이다.

CSF-A1으로 배양해 만든 독도새우 대체육도 최근 선보였다. 컨설팅 회사 테크노플러스의 손주항 대표는 이 배양육을 시식한 뒤 “생물 새우와 동일한 질감과 향,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셀미트는 스트롱벤처스, 프라이머 등으로부터 총 55억원의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CSF-A1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원료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자연 유래 FBS대체물질도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양 미세조류의 일종인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SACCS’란 물질이 FBS를 최대 90%까지 대체할 수 있음을 지난해 확인했다. 이 기술은 배양육 개발 스타트업 씨위드에 기술이전됐다. 이달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스타트업 지원사업 ‘퍼스트펭귄’에 선정된 씨위드는 최근까지 총 65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세계 육류 시장에서 전통 육류와 대체육 소비 비율이 2025년 9 대 1에서 2040년 4 대 6으로까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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