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병, 무조건 산재는 곤란"

입력 2022-01-21 17:37   수정 2022-01-22 01:05

경영계가 산업재해 승인율이 높은 근골격계질병을 산재로 추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확실한 역학적 근거 없이 특정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근골격계질병을 산재로 인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기업에도 큰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노동부가 행정예고한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경영계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특정 업종에서 일정 기간(질병에 따라 1~1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목과 어깨, 허리 등 여섯 개 신체 부위에 근골격계 질환이 발병하면 별도 조사 없이 산재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반증이 없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경총은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의 업종·직종 단위 인정기준은 역학적 근거와 일관성이 부족하고, 사업장 작업 환경 개선 효과 및 근무 환경 차이 등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일하더라도 회사 및 담당 업무, 자동화 여부 등에 따라 산재 발생 가능성이 다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미다. 경총은 또 “업종과 작업 기간, 적용 질병 등이 일치한다고 해서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면 산재 판정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재로 추정되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1년 이상 자동차조립 또는 조선용접 업무를 하다가 외상과염(테니스 엘보)이 발생하면 산재로 추정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청소원이나 식당 주방보조원으로 2년 이상 일했을 경우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이 오면 일단 산재로 추정된다.

경총은 전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위원 1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의견서에 담았다.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7.7%는 정부 방침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39.8%였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고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용 사업장의 생산직 근로자 70~80%가 산재로 판정될 수도 있다”며 “산재 승인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도덕적 해이 및 기업의 작업 환경 개선 의욕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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